새정치민주연합이 당 비상대책위원장 외부인사 영입 문제로 홍역을 치르면서 끝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진보 인사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보수 인사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보·혁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꺼냈지만 당내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하루도 못 돼 접었다. 박 위원장은 당 주요 계파 수장들과 이 문제를 두고 논의한 끝에 '투 톱 카드'를 백지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봉합에 나섰다. 하지만 갈등 뇌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원내대표까지 물러나라"는 공개 요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박수현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에서 박 위원장과 문희상 정세균 김한길 문재인 상임고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모여 '안·이 공동체제' 무산에 따라 추후 비대위 구성 재논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집중, 박 위원장 거취문제 제기 자제 등 3가지 의견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투 톱 체제 구상이 발표 당일 뒤집힌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까지만 해도 "외부인사 영입은 혁신과 확장이라는 두 개 축으로 진행됐고, 그 결과 진보와 개혁적 보수 공동위원장 체제가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또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민공감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후보로 거론된 인사들조차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투 톱 체제 카드'는 결국 무산됐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여건 조성이 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고, 안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논란은 일시 봉합된 상태지만 물밑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故) 김근태 전 의원 계열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는 박 위원장의 위원장·원내대표 동시 사퇴를 요구한 상태다. 민평련 회장인 최규성 의원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당 대표(비대위원장)로 한다는 발상 자체가 용납하기 어렵고 다른 사람(안경환 교수)을 붙여서 공동으로 하겠다는 것도 문제"라며 "의원 20명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혁신모임' 소속 오영식 의원은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로 있는 것도 이제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중도파 일각에서 박 위원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나오고 있다.
분란의 핵심은 차기 당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다. 비대위는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 권한이 있는데, 조강특위가 지역위원장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차기 당권주자 입장에서는 지역위원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승부가 갈린다. 차기 주자들이 비대위 구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위원장 측은 '투 톱 체제' 구상이 실패했지만 새로운 인사로 비대위 구성을 마친 뒤 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선 지도부와 반(反)박영선 그룹의 갈등이 격해지면서 당내에서는 '제1야당이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는 말도 나온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뉴스포커스-새정치 당내 반발 거세 ‘투 톱 구상’ 무산] 하루도 못간 박영선 ‘保·革 비대위원장’ 카드
입력 2014-09-13 0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