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이나 이상돈이나 오십보백보

입력 2014-09-13 03:50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꺼낸 데 대해 논란이 거세다. 진보와 중도보수 연합으로 혁신과 확장을 꾀한다는 게 박 원내대표의 설명이지만 당내 혁신모임과 소장파 의원은 물론 일부 중진들까지 이 교수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큰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데다 당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당의 쇄신을 외부 인사들에게 맡겨 보겠다는 충정은 이해한다. 기존 정치인으로는 더 이상 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하기 어렵다는 자기 고백 아니겠는가.

문제는 인사의 내용이다. 안 교수는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과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뒤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의 새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정치혁신을 주도했었다. 정치적으로 새정치연합 성향인 데다 중량감을 갖추고 있어 야당의 간판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거기다 출생지가 경남 밀양이어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새정치연합의 외연 확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상돈 교수는 새정치연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인물이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정치쇄신을 주도했었다.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임에도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과 현 정부를 사사건건 비판하는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개혁 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의사표시로 이해될 수도 있겠지만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지 못한 데 대한 불만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이 뼈를 깎는 자세로 당의 쇄신을 시작하는 마당에 뭣하러 상대 정당의 루저(패배자)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박 원내대표가 공동위원장 카드를 마련한 배경에 당내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초 안 교수 단독 위원장을 검토했다가 중도파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워 뒤늦게 이 교수 영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