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는 임기 5년간 135조원이 소요되는 복지정책을 시행하겠다면서도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요행히 경기가 살아나 세금이 잘 걷히면 ‘누이 좋고 매부 좋게’ 국민들의 세 부담을 늘리지 않고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복지정책을 이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으로 돈 들어갈 곳은 널려 있는데 경기 부진으로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8조5000억원가량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천수답처럼 무작정 경기 회복만 기다릴 수도 없다. 더구나 정부는 내년 재정지출을 5.7% 확장적으로 운용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세무조사와 지하세원을 발굴한다며 탈탈 털었지만 세수 확충에 큰 도움이 안 됐거니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최근 담뱃세 인상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 인상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안전행정부가 12일 발표한 ‘지방세 개편방향’은 ‘증세 없는 복지’ 딜레마에 빠진 정부의 고민을 반영한다. 대놓고 법인세나 소득세 등 국세를 올렸다가는 공약 파기라는 비판을 받을 게 뻔하니 지방세인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올려 복지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정부가 복지비를 추가 지원하지 않으면 ‘복지 디폴트(지급중단)’를 선언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지방세 인상을 단행한 이유다.
정부는 10∼20년간 묶여 있던 지방세를 현실화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2∼3년간 주민세와 자동차세(자가용과 생계형 승합차 제외)를 100% 이상 올리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상 손쉬운 증세를 통해 서민들에게 세금 폭탄을 안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고 재원 마련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에두르지 말고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먼저다.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나 국민적 합의 없이 변칙적으로 증세를 계속한다면 거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사설] 지방세 우회인상으로 서민부담 지우나
입력 2014-09-13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