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러시아 신규 제재 결정… 금융·석유탐사 정조준

입력 2014-09-13 04:12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과 EU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의 휴전합의 이행 상황을 주시하며 신규 제재를 미뤘지만 러시아의 휴전 이행 노력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신규 제재를 시행하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등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군 1000여명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또 다른 병력 2만여명이 국경지대에 배치돼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에 러시아 신규 제재 방안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11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정정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러시아의 금융·에너지·국방 분야에 대한 제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의 신규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구체적으로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에 대해 미국인과 EU 회원국들의 신규 거래를 금지하고 만기 30일 이상의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로써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은 모두 6곳으로 늘었다. 또 러시아가 북극해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서방 석유회사들과 진행 중인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석유 탐사를 막는 방안도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이와 함께 로스네프트와 가스프롬네프트 등 러시아 주요 석유회사·방산업체가 유럽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과 일부 전자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지난 7월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이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를 격추할 때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크' 지대공 미사일 제조사 등 9개사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친러 반군 지도자와 푸틴 대통령 측근 등 24명에 대한 여행금지·자산동결 조치도 취해졌다.

이에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추가 제재는 우리가 대응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보복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