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숀 코너리와 스코틀랜드

입력 2014-09-13 03:06
영화 ‘007’ 시리즈 제24탄이 최근 예고됐다. 2012년 개봉된 ‘스카이폴(Skyfall)’ 후속 작품의 제목은 ‘데블 메이 케어(Devil May Care)’로 정해졌다. 주인공은 다니엘 크레이그이며,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스카이폴’의 흥행 수입은 7억 파운드(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007’ 시리즈 제1탄은 1962년 제작됐다. 영국 작가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의 소설을 토대로 ‘살인번호 Dr. No’가 탄생한 것이다. 제임스 본드 역할은 배우 숀 코너리에게 주어졌다. 그는 ‘위기일발’ ‘골드핑거’ ‘선더볼’ 등 ‘007’ 시리즈 6편까지 주연을 맡았다. 그가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건 이때부터다.

코너리의 출생지는 영국 스코틀랜드 로디언주 에든버러다. 집안은 가난했다. 어린 시절 우유 배달을 해야 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해군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8년 ‘스코틀랜드인 되기(Being a Scot)’라는 자서전을 낼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자부심도 강하다.

그런 코너리가 사는 곳은 스코틀랜드가 아니다. 스페인에 이어 바하마에 살다가 지금은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국이 아니라 영국의 일원이라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지 않는 한 귀국하지 않겠다고 천명할 정도로 열혈 분리독립주의자로 통한다. 오는 18일 실시될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6개월여 앞두고 영국 일간지에 “평생 스코틀랜드와 예술을 사랑한 사람으로서 분리독립을 결코 놓쳐선 안 된다. 새 나라를 건립하는 것보다 더 창의적인 예술은 없다”는 글을 실었다. 독립에 찬성표를 던져 달라는 호소인 셈이다.

307년 만에 독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목전에 둔 스코틀랜드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선 찬성과 반대 운동 진영의 표심잡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분리독립 결정으로 내 가슴을 찢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올해 84세인 코너리가 스코틀랜드로 영구 귀국할 수 있을까. 아니면 타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까.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