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필수사항으로 언급한 ‘광범위한 연합전선(broad coalition)’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10개 아랍국은 이라크에서 시리아까지 공습을 확대하기로 한 미국을 지원키로 했다고 11일 발표했다. 10개국 대표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난 뒤 성명을 내고 “회의 참가국이 IS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싸움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외 9개국은 바레인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오만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다.
아랍 국가들은 IS와의 싸움에 필요한 자금과 군사력, 외교적 지원 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이 지상군을 파견하지는 않지만 미국으로서는 중요한 외교적 승리로 볼 수 있다.
고무된 표정의 케리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는 IS 격퇴를 위해 아랍 국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시리아 내전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날 자국 군사기지에서 온건파 시리아 반군을 훈련하고 장비를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의 우방국들로부터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베를린 기자회견을 통해 독일은 공습 참여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요청받더라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는 공습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시리아의 경우 공격을 위한 국제법적인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은 아직까지 태도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힉스 미 전략국제문제소(CSIS)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매우 진지하게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이라크 공습에 미국과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프랑스의 참여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가 IS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이의(reservations)”가 없으며 IS 문제 해결에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 주목받고 있다. 시리아의 이 같은 입장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는 군사행동은 침략’이라는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파이살 메크다드 외무차관은 미 NBC방송 인터뷰에서 IS와의 싸움에 있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국의 ‘당연한 동반자’라고 강조하며 두 나라는 같은 적에 맞서 싸우고 있는 만큼 적대시하지 말고 협력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IS 지도자들에 대한 사살 작전을 처음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으며 중앙정보국(CIA)은 IS의 조직원이 2만명에서 최대 3만15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아랍 우방국 “IS 공격 동참”… 서방은 시리아 공습엔 주저
입력 2014-09-13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