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어라.’ 이 말은 정서적인 노래의 가사처럼 들리지만 아주 현실적인 표현이다. 지금을 사는 월급쟁이들이 월급을 표현하는 말이다. 머물 수 없는 바람처럼 봉급일이 오기도 전에 카드 결제, 공과금 결제, 은행빚으로 다 빠져나가 버리고 머묾이 없이 지나가 버리는 바람이 되는 것이다. 일에 대한 대가를 손에 만져도 보지 못하도록 스쳐가 버리는 허무함, 돈 버는 기계처럼 정서적 만족이 삭감돼버려 더욱 피곤한 ‘사이버 머니’ 시대를 사는 월급쟁이들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나 만족감도 없이 월요병을 앓게 된다. 며칠 전 어느 방송국 프로에 국민가수인 이미자 원로가수가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이야기 중 월급봉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사이버 머니 시대 이전에 남편이 한 달에 한 번 가져다주는 월급봉투가 어찌나 귀하고 소중했던지 남편이 정년퇴직할 때까지 월급봉투를 모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월급봉투는 돈이나 의무 이상의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누런 월급봉투였지만 그곳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한 달간 흘렸을 땀과 인내, 노력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봉투에 감사하는 아내의 사랑이 차마 빈 봉투를 버리지 못하고 소중히 간직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지인인 선배 부부의 월급봉투에 얽힌 또 다른 사연이 오랜 기억 속에 떠올랐다. 선배는 남편의 월급봉투를 달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고 한다. 그 기다림이 다른 아내와 달랐던 것은 남편은 월급봉투에 아내에게 주는 글을 적어놓았던 것이다. ‘여보 오늘도 월급을 탔습니다. 이 돈을 쪼개 당신은 또 한 달간 어려운 살림을 꾸려 나가겠지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달 사랑과 감사의 친근한 남편의 글이 써진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그 선배 역시 정말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한다. 월급봉투의 시대는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남편의 월급봉투가 소중해 감사로 간직하는 아내와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건네며 한 달간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남편의 감사의 마음은 방법이 다르더라도 다시금 우리 가정에 사랑의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
[힐링노트-오인숙] 월급봉투의 추억
입력 2014-09-13 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