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6년 독일 네안데르 계곡에서 고대 인류의 뼈들이 발견됐다. 그들에게는 네안데르탈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그 후 오랫동안 네안데르탈인은 사람과는 별개의 종으로 분류되는 등 하등 동물 취급을 당해 왔다.
그런데 2010년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유라시아인의 유전자 중 4%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그동안 네안데르탈인은 힘만 셌지 지능과 문화 수준 등이 낮아 현생 인류에게 밀리면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대형 유인원으로만 취급되던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현생 인류에 섞여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네안데르탈인은 갑자기 멸종한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에 서서히 흡수되면서 사라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최근 새로운 연구 결과들도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일조하고 있다.
1908년 프랑스 남서부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들을 최근 다시 조사한 결과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이 매장 풍속을 지녔다는 것은 그들도 복잡한 인지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스페인에서 발굴된 4만∼6만년 전의 대변 화석을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도 채소를 요리해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그들이 채식을 했음을 입증하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은 혹한 때문에 육식만 했으며, 지나치게 고기에 의존하는 바람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현생 인류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남긴 것처럼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암각화가 최초로 발견됐다. 이베리아 반도의 고르함스 동굴에서 발견된 이 그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예술을 남긴 주인공이 된다.
한편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어떻게 온몸에 충분한 혈액을 전달하는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문이 최근에 풀렸다. 바로 신체의 헤모글로빈 생산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EPAS1 덕분인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유전자가 데니소바인에게서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데니소바인은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지역인 데니소바 동굴의 3만년에서 5만년 사이 지층에서 유골이 발견된 고인류로서 네안데르탈인과 마찬가지로 현생 인류가 등장하고 얼마 이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럼 현생 인류에게 특정한 능력을 안겨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과연 어떤 것일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
[사이언스 토크] 고인류 유전자
입력 2014-09-13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