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우유’로 힐빙하면 어떤 느낌일까…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열리는 충남 예산

입력 2014-09-18 03:03
충남 예산군 덕산에서 개최되는 ‘2014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행사장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거대한 꽃밭을 이루고 있다.
덕산온천을 대표하는 리솜스파캐슬의 로맨틱탕, 유수풀, 실내스파, 그리고 비치풀의 컬러풀한 온천수가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황홀하다(사진 시계방향).
대흥슬로시티의 예당저수지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중중첩첩 이어지는 야산의 능선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10월 2일부터 5일까지 덕산온천관광지에서 ‘2014 대한민국 온천대축제’를 개최하는 충남 예산은 내포지역의 중심지이다. 옛날 교과서에 소개된 ‘의좋은 형제’의 무대이자 대흥슬로시티를 비롯해 추사 김정희와 매헌 윤봉길을 배출한 예산은 예로부터 충효의 고장이자 청정지역이었다. 인공번식에 성공한 황새의 야생복귀지로 예당저수지가 선택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온천대축제가 열리는 예산으로 미리 가을여행을 떠나본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예산의 가을은 예당저수지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솜사탕처럼 부풀어오르는 대흥슬로시티에서 시작된다. 내포평야의 젖줄인 예당저수지는 여의도 면적의 3.7배인 9.9㎢로 둘레는 마라톤 풀코스와 맞먹는 40㎞. 중부권 최대의 붕어낚시터로 꼽히는 예당저수지는 사철 변화무쌍한 풍경을 연출하지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초가을이 가장 몽환적이다.

김승옥은 소설 ‘무진기행’에서 순천만 대대포구의 안개를 최고로 꼽았다. 하지만 거대한 소반에 하얀 솜사탕을 담아 놓은 듯한 예당저수지의 안개에는 감히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른 아침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달려 봉수산(484m) 중턱에 위치한 봉수산자연휴양림의 전망대에 서면 고만고만한 높이의 산줄기들에 둘러싸인 채 물안개를 담고 있는 예당저수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저수지에 뿌리를 내린 버드나무 군락이 멋스러운 예당저수지는 이른 아침 잔잔한 수면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저수지를 뒤덮는 동틀 무렵이 가장 환상적이다. 아침햇살이 쏟아지면 푸르스름한 물안개는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며 수면을 떠다니고, 수초 숲에서 날아오른 백로는 너울너울 날개를 저어 물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예당저수지 옆에 위치한 대흥슬로시티의 속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3개의 산책로로 이루어진 ‘느린 꼬부랑길’을 걸어야 한다. 1코스인 옛이야깃길은 약 5.1㎞로 산책 중에 만나는 수령 1300년이 넘는 거대한 느티나무는 소정방이 나당연합군을 이끌고 임존성을 공격할 때 배를 타고 와서 묶어 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고목이다.

봉수산 임존성에 주둔한 백제부흥군에게 보급품을 수레로 날랐다는 임존성 수렛길과 피톤치드 그윽한 봉수산 소나무숲길, 그리고 봉수산자연휴양림은 대흥슬로시티와 예당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고만고만한 높이의 산줄기들이 저수지를 향해 키를 낮추는 모양새가 예산 사람들의 넉넉한 심성을 닮았다고나 할까. 이곳에서 비포장 숲길을 걸어 다시 마을로 내려오면 대흥동헌과 ‘의좋은 형제’로 유명한 이성만 형제의 효제비가 나온다.

조선 세종 때 이곳에서 살던 이성만·이순만 형제는 효성이 지극하고 우애가 좋기로 소문나 연산군 3년에 후세의 모범이 되도록 조정에서 ‘이성만 형제 효제비’를 건립했다고 전해온다. 1978년에 발견된 효제비는 예당저수지가 축조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하자 대흥면사무소 앞으로 옮겨져 후세에게 우애의 본이 되고 있다.

2코스 느림길은 4.6㎞로 고즈넉한 숲길과 예산∼홍성을 오가던 보부상들이 다니던 보부상길로 이루어져 있다. 대흥향교 앞에 위치한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와 바람에 날아온 씨앗이 은행나무 줄기에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는 두 나무가 하나로 사는 모습이 의좋은 형제를 연상시킨다. 사랑길로 불리는 3코스는 교촌리 들녘을 한 바퀴 도는 3.3㎞ 산책로로 시골마을의 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초가을의 예산은 어디를 가도 넉넉한 농촌 풍경이 두루마리처럼 펼쳐진다. 예당저수지에서 추사고택으로 가는 5번 군도는 주변에 사과농장이 밀집해 애플로드로 불린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를 수확하는 아낙의 손길에는 향긋한 사과향이 배어 있다. 예산읍내와 덕산온천관광지를 연결하는 45번 국도는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는 골든로드로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들판과 아담한 농가들이 목가적인 풍경을 그린다.

‘2014 대한민국 온천대축제’가 열리는 덕산온천관광지는 가야산을 비롯해 덕숭산과 수암산 줄기에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준다. 사과나무 가로수와 코스모스밭이 인상적인 덕산온천관광지는 여느 온천과 달리 난개발을 피한 덕분에 도심이 깨끗하면서도 넉넉하다. 온천시설도 천천향으로 유명한 리솜스파캐슬을 비롯해 관광호텔과 온천장 10여곳으로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덕산온천의 역사는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율곡 이이는 문집 ‘충보’에서 “날개와 다리를 다친 학이 날아와 이곳에서 나는 물을 상처에 발라 치료한 후 날아갔다”는 덕산온천의 기원을 담은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이후 사람들은 학이 상처를 치료하던 곳을 ‘온천골’로 부르고 뜨거운 온천수를 ‘약수’로 불렀다고 한다.

덕산온천은 온천공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섭씨 43∼52도의 온천수가 하루 수천톤 솟아난다. 수질은 인체에 유익한 약알칼리성 중탄산나트륨천으로 게르마늄을 포함한 40여 가지 성분이 포함되어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피부미용 등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온천수를 땅에서 나오면서 어머니의 젖과 같이 유익하다는 의미에서 지구유(地球乳)로 부르기도 하는 이유이다.

덕산온천을 대표하는 온천시설은 사계절 온천 테마파크인 리솜스파캐슬의 천천향이다. 한겨울에도 실내외 스파시설을 운영하는 천천향은 수(水)치료 시설인 바데풀을 비롯해 사우나, 찜질방, 이벤트탕은 물론 파도풀과 튜브슬라이드 등 다양한 물놀이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온천욕을 즐기면서 가야금, 재즈, 클래식을 즐기는 오감원의 이벤트탕은 온천욕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시킨 시설로 피로에 지친 현대인의 심신을 치유하는 현대판 지구유이다.

예산=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