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보다 2단위 많게… 과학계 압력에 밀린 정부

입력 2014-09-12 05:28

교육부가 과학계 반발에 밀려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서 과학 교과의 필수이수단위를 늘리기로 했다. 과학을 국어 영어 수학보다 2단위 늘리는 게 골자다. 당초 안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가 모두 10단위였다. 1단위란 주당 1시간 수업을 말한다. 필수이수단위가 10단위라면 해당 교과를 고교 때 적어도 10단위씩 가르친다는 의미다. 이번에 2단위 늘어난 과학 교과의 필수이수단위는 12∼14단위가 될 전망이다. 나머지 과목은 10∼12단위로 잠정 결정됐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생이 되는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계열을 없애는 ‘2015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윤곽도 공개했다. 교육부와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12일 한국교원대에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 대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11일 예고했다.

◇과학계 압박에 밀린 교육부=문·이과 통합은 학계와 교육계 전반에 크고 작은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는 교육부가 국·영·수·과·사 필수이수단위를 모두 10단위로 통일하는 안을 사실상 확정하려 하자 강력 반발했다. 국·영·수는 대입에 중요하기 때문에 필수이수단위에 상관없이 30단위씩 수업을 하는 게 현실이다. 과학계는 상대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과학 과목이 홀대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수 이수단위를 늘려야만 최소한의 과학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학계의 반발에는 사회 필수 이수단위가 사실상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는 한국사가 필수로 지정돼 별도 6단위를 할당받았다.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과목’ 공부=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핵심은 계열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과목’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현행 수능 체제에서는 문과 계열 학생은 과학 과목을, 이과 계열 학생은 사회 과목을 배우지 않아도 됐다. 이런 교육을 통해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배출하기 어렵다는 게 통합 교육과정 추진 배경이었다.

사회·과학 교과는 통합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큰 주제 중심으로 구성되는 ‘통합사회’ ‘통합과학’이 공통과목으로 도입된다. 현행 ‘2009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의 전 과정이 선택교육 과정이었지만 새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생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할 공통과목이 도입되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수능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교육부는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응시하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바뀐 교육과정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정책연구를 통해 확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통과목’이 수능 대상 과목이 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국어·영어·수학·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 등 6과목이 수능 출제과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은 유동적이다. ‘선택과목’이란 필수로 듣게 되는 공통과목 외에 심화 등의 과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학교과의 경우 공통과목은 ‘통합과학’이 되고 선택과목은 ‘물리학’ ‘화학’ 등이 된다. 연구위는 “공통과목에만 국한되는 수능시험 체제는 선택과목의 수업운영을 파행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선택과목에 대한 성취도를 수능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대입에 반영할 방안을 반드시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소프트웨어·안전 교육 도입=초등학교의 ‘실과’ 교과는 SW 기초 소양교육 내용으로 바뀌고 고등학교 기술·가정 교과의 ‘정보’ 과목이 SW 중심으로 개편된다. 중학교에서는 선택과목의 ‘정보’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전환해 수업 시간을 34시간으로 늘리는 안과 ‘기술·가정’ 교과에 SW 단원을 신설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안전’ 교육은 정규 교과 과정으로 편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위는 초등학교 1∼2학년에 ‘안전생활’ 교과를 새롭게 신설하거나 기존 슬기로운 생활 바른생활 등의 교과에 안전 교육을 담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교육부는 12일 공청회와 내부 논의를 거쳐 오는 24일 총론 주요사항(안)을 확정 발표한다. 새 교육과정은 추가 연구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최종 확정·고시되며 학교에는 이르면 2017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김유나 이도경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