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11일 1시간 동안 진행된 1심 재판이 끝나서도 10분 가까이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우두커니 앉아 상념에 잠긴 듯했던 그는 방청객이 대부분 빠져나간 뒤에야 변호인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인들과 악수를 나눌 때에만 잠시 입가에 미소를 보였다.
앞서 오후 1시45분쯤 법정에 입장한 원 전 원장은 담담한 눈빛으로 주로 앞쪽을 응시하며 선고문 낭독을 경청했다. 이따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유죄가 선고되자 입꼬리에 힘이 들어가며 굳은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 선고를 받자 안도한 듯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원 전 원장이 법정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방청객이 원 전 원장을 향해 "당신은 역적이고 죄인이다. 내란음모 사범"이라고 소리치자 다른 방청객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죄를 특정짓느냐"고 맞받아쳤고 욕설이 오갔다. 재판 시작 직전에도 방청석에서 언쟁이 벌어져 방호원이 제지해야 했다.
원 전 원장은 법원을 나서면서도 '봉변'을 당했다. 그를 따라 나온 방청객과 수행원, 취재진 등이 뒤섞이면서 난장판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은 막다른 구석으로 몰렸고 재킷 상의가 벗겨졌다. 인파가 서로 밀치는 와중에 원 전 원장이 휘청대면서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뒤에야 소란이 진정됐다. 원 전 원장은 재판이 끝난 뒤 30분이 지나서야 법원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항소심 과정에서 하나하나 반박하겠다"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논란이 됐던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과 관련해서는 "북한에서 계속 우리의 국가 정책을 비난했기 때문에 대응했던 것"이라며 정당성을 거듭 주장했다. 또 "구체적으로 우리(국정원) 직원이 한 것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원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내린 법원에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원세훈 선거법 무죄·국정원법 유죄] 원 “국정원법 유죄, 항소심서 하나하나 반박”
입력 2014-09-12 05:38 수정 2014-09-12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