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출근길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대형마트에서 행사 중인 식재료를 주문했다. 퇴근 후 집에서 상품을 수령할 생각이던 A씨는 추가 업무로 퇴근이 많이 늦어지자 배송지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바꿨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 근처에 도착한 A씨는 편의점 냉장시설에 보관 중이던 식재료를 찾아 귀가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내년 말을 목표로 준비 중인 옴니채널(Omni-Channel) 서비스의 한 장면이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등 모든(Omni) 유통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쇼핑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카탈로그, 온라인 사이트, 모바일, 오프라인 매장 등 여러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끊김 없는(Seamless)'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롯데그룹은 지난 5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19개 회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옴니채널추진운영위원회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 온·오프라인 회원을 통합하는 '롯데 통합 회원제'도 올해 안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연구센터인 롯데 이노베이션 랩도 내년 초 설립한다.
롯데는 지난 4월 롯데닷컴에서 주문한 상품을 롯데백화점 8개 점포에서 찾을 수 있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도입해 옴니채널을 테스트 중이다. 상품 확인 후 그 자리에서 교환·환불도 가능하다. 가격 비교를 할 수 있는 온라인의 장점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인기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 선점한 후 매장에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마트폰 사용자 위치를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하반기 전점으로 확대한다.
현대백화점도 과거 구매 이력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상품안내 메일 등을 받을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을 와인병에 대면 생산국, 스타일, 당도, 가격 등을 볼 수 있는 와인정보 안내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도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등 옴니채널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옴니채널 서비스 확대는 온라인으로 급격히 쏠리는 글로벌 유통 환경 변화와 관계있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살펴본 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 증가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온라인으로 구입하더라도 기왕이면 자사 온라인 매장을 이용하도록 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환경 변화를 인정하고 대응책을 찾은 것이다.
해외 선두 업체들은 우리보다 앞서 옴니채널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미국 메이시스 백화점은 '가장 앞서가는 옴니채널 유통업체'를 기업 비전으로 변경하고 지난해 유통업계 최초로 'COO(Chief Omnichannel Officer)'라는 직함의 임원도 임명했다. 세계 최대 유통 공룡 월마트 역시 2011년 온·오프라인 시너지 전략을 총괄하는 월마트랩을 만들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온·오프 융합 ‘옴니채널’ 구축 박차… 유통가 “공간·시간의 벽을 부숴라”
입력 2014-09-12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