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파격적인 담뱃값 인상안을 내놓으면서 찬반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폭적으로 환영하는 금연·의료 단체와 달리 한국담배소비자협회 등 흡연자 단체는 “세수 보전을 위한 ‘서민 증세’여서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여당이 우려를 표하고, 야당이 백지화를 촉구한 배경에도 ‘담뱃값을 올리면 서민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과연 그런 걸까.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성규 연구위원은 11일 “담뱃값을 올리면 저소득층이 타격을 입는다는 건 이미 오래전에 반박된 ‘미신’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담뱃값을 올리면 가격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보다 많이 낮아지고, 이는 장차 저소득층이 흡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의료비 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이 500원 인상될 경우 소득 1분위(소득 최하위 20%)의 세금 부담은 약 1470억원 증가하는 반면 3분위(상위 40∼60%)는 3116억원, 4분위(소득 상위 20∼40%)는 2786억원 증가했다. 이는 저소득층이 담뱃값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해 그만큼 담배 소비를 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담뱃값 인상폭이 크면 클수록 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이 1500원 인상될 경우 소득 1분위의 추가 세금부담은 없지만 3분위는 7677억원, 4분위는 675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세대 의대 김일순 명예교수도 “담뱃값 인상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담뱃값이 2배 인상되면 평소 하루 한 갑 피우던 저소득층 흡연자가 경제적 부담으로 하루 반 갑으로 줄이게 된다”며 “비용 증가에 따라 흡연량을 줄여 그만큼 건강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한림대 의대 김동현 교수 역시 “저소득층 흡연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흡연으로 인한 건강 비용 지출도 만만치 않다”며 “담뱃값 인상으로 저소득층 금연을 유도해 계층 간 건강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은 양민철 기자 jse130801@kmib.co.kr
[담뱃값 2000원 인상] ‘유전흡연 무전금연?’ 서민 부담 장기적으론 감소
입력 2014-09-12 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