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와 홍콩 주식시장의 교차 투자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가 다음 달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 증시의 본격적인 해외 개방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후강퉁에서 ‘후’는 상하이, ‘강’은 홍콩을 지칭하며 둘을 통(通)하게 한다는 뜻이다. 홍콩증권거래소 투자자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A주를 살 수 있고, 중국 본토 투자자들도 홍콩 주식(H주)을 살 수 있게 된다. 시행 초기에는 거래 종목과 규모에 제한을 두지만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투자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나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가(RQFII) 자격을 갖춘 기관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강퉁이 개설되면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홍콩 증권사를 통해 자유롭게 중국 본토 A주를 거래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홍콩에서 상하이로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상하이에서 홍콩으로 투자할 수 있는 한도보다 높게 책정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중국 본토 증시로 유입되도록 했다. 현재 QFII(RQFII 포함)가 전체 중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4%에 불과한데, 후강퉁이 시행되면 외국인 매매 비중은 3% 정도로 급증할 전망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중국 주식투자 설명회를 잇따라 여는 등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려는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KDB대우증권 최홍매 연구원은 후강퉁 투자 착안점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에 상대적으로 희소성을 가진 주식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콩 증시는 경기소비재·필수소비재·헬스케어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데, 후강퉁이 시행되면 홍콩 투자자들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소비·헬스케어 관련 종목에 큰 관심을 보일 것이란 뜻이다. 반대로 상하이 투자자들은 상하이에 상장되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종목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QFII가 선호하는 A주들도 후강퉁 투자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소비재·헬스케어·산업재·정보통신 등 신성장 동력 관련주들이 QFII가 선호하는 종목이다.
후강퉁에선 두 증시 간 차익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하이A와 홍콩H 시장에 동시 상장된 주식 중 가격 차이가 있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커질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필수소비재·유틸리티·금융섹터는 A주 가격이 H주보다 낮게 형성돼 있고, 나머지 섹터들은 A주가 H주 대비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수석연구원은 “동일한 기업이 A와 H에 동시 상장돼 있는 경우 현재 H 주가가 A 가격보다 저평가된 종목부터 골라 보는 접근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으로는 생소한 중국 기업에 대한 정보 확보와 위안화 환율변동 위험 헤지(회피) 노력 등이 꼽힌다. 홍콩 삼성자산운용유한공사 임성일 팀장은 “여러 종목과 지수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문턱 높았던 中증시, 10월 외국인에 문 활짝
입력 2014-09-12 0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