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에 내정했다. 그러나 당이 발칵 뒤집혔다. 친노(친노무현)·진보그룹에서는 “보수여당 대선 공신에게 어떻게 야당 개혁을 맡길 수 있느냐”며 공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연판장까지 돌며 강력 반발 분위기가 확산됐다. 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정치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새정치연합이 거듭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도박’과 같은 승부수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공식 발표도 전에 벌집 쑤셔놓은 듯했던 당=박 위원장은 회의에서 이 교수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정치와 정당 개혁에 학문적 이론을 갖추고 현실정치에도 이해도가 높은 분을 영입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 측은 “당의 영입 절차는 끝이 났고, 이 교수 승낙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교수가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적절치 않다는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다. 당내 최대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는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 상임고문 측은 “당의 쇄신과 외연 확대를 위해서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에 찬성이었지 이 교수를 특정해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문 고문이) 이 교수가 영입될 경우 당내 반발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당내 초·재선 진보그룹인 ‘더좋은미래’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 교수를 당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영입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광화문에서 단식 중인 정청래 의원도 “모든 걸 걸고 온몸으로 결사 저지하겠다”고 했다.
당내 소통이 없었다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의원은 “(박 위원장으로부터) 전화 한통 없었다”며 “정직한 사람, 사심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면 된다. (당내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교수 영입에 반대하는 연판장에는 계파를 초월해 50여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중도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교수 영입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극소수다.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의 영입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교수가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을 맡더라도 그다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당의 ‘보수 혁신’ 구호가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朴, 당내 반발 돌파 노림수=박 위원장이 ‘이상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위원장직 사퇴 여부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외부 인사를 ‘구원투수’로 내세우는 일종의 출구전략이라는 것이다. 계파 간 이해와 무관한 외부의 중도적 인사를 정치개혁 명분으로 내세워 사퇴 압박을 무마시키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만약 본인이 사퇴하게 돼도 직접 외부인사를 후임 위원장으로 지명함으로써 비대위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본인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 위원장이 사퇴하고 원내대표직만 수행할 가능성과 함께 비대위원장을 외부인사와 함께 공동으로 맡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교수도 비대위원장 수락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당초 조국 서울대 교수, 김부겸 전 의원 등도 고려했었지만 본인들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새 비대위원장 이상돈 내정에 발칵 뒤집힌 새정치연합
입력 2014-09-1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