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등주 현대차는 장중 21만2000원까지 하락하며 최근 1년 중 최저가 기록을 깼다. 원인은 엔저(低)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였다. 똑같이 매력적인 상품이 세계 시장 속에 나가더라도, 가치가 낮은 엔화로 값이 매겨진 일본 자동차가 환영받을 상황이 걱정된 것이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추석 연휴 기간 엔·달러 환율이 연초 고점인 105엔대를 돌파해 106엔대로 진입했다”며 “수출 기업들에 불리한 환율 여건은 증시 상승 압력도 제한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불리한 환율 여건’이란 결국 원·엔 재정환율의 하락 압력을 말한다. 지난해부터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엔저) 원화 가치는 높아지는(원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일본은행(BOJ)의 추가 양적완화 기대감에 오후 한때 107엔을 넘기도 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9월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전 거래일보다 11.9원이나 오르면서 원·엔 환율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떨어지지 않았다. 추석 연휴에 발생한 달러화 강세 기조가 개장 후 일거에 반영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원화와 엔화가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증권 허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 요인들은 시간이 갈수록 보다 강화되지만, 원화는 절상 추세”라며 “올해 말 원·달러 환율은 970원, 내년 말엔 900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딜러들은 원·엔 환율의 950원대 하락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엔저에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 매물 부담까지 겹치며 1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경계감에 외국인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발을 뺐다.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하자 GS리테일(1.87%) BGF리테일(1.36%) 등 편의점주들은 반짝 상승했다. KT&G는 담뱃값을 인상해도 출고가와 유통마진이 얼마 되지 않는 데다 단기적으로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에 5.55%나 빠졌다.
이경원 기자
[여의도 stock] 엔저 불똥… 현대차 연중 최저가 경신
입력 2014-09-1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