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1심 재판부가 11일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 댓글을 단 행위는 국정원법을 위반한 것이지만, 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재판부의 판단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원 전 원장으로부터 시달 받은 논지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비방 또는 지지하는 활동을 했으나,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직접 개입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며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전이 한창일 때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 직원들이 국민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은 재판부 지적대로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다. 원 전 원장의 경우 과연 국정원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나 소양을 갖추고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중소 건설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1억6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에 더욱 그렇다. 국정원은 물론 대한민국 이미지에도 먹칠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병기 국정원장이 지난 7월 취임식에서 강조한 대로 ‘정치관여’라는 네 글자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우고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로 박근혜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끼어든 것은 아니라고 사법부가 판단함에 따라 도덕성이나 정당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정치적 판결”이라며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에 대해 박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은 벌써 1년9개월 전에 끝났다. 정치권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2, 3심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는 게 도리다.
[사설] 원세훈 선거법 위반은 무죄라는 1심 판결
입력 2014-09-12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