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大화면 시장서 숙적 만난 삼성… 守城 성공할까

입력 2014-09-12 03:43
애플이 5.5인치 대화면을 갖춘 아이폰6플러스를 공개하면서 ‘패블릿’(일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이의 제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삼성전자의 수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9일(현지시간) 새 아이폰 발표 행사를 마치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는 커진 화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눈에 띄게 개선됐다”면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옮겨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화면 아이폰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갖춘 만큼 안드로이드 진영과 본격적인 점유율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85%로 압도적이지만 그동안 애플이 4인치 아이폰 하나로만 버텨왔다는 점에서 싸움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플도 4인치, 4.7인치, 5.5인치 등 다양한 크기의 아이폰 라인업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로서는 패블릿 시장에서 처음으로 위협적인 경쟁상대와 마주하게 됐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5.5인치 이상의 패블릿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프리미엄 라인업에서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었다.

아이폰6플러스도 사양만 보면 갤럭시 노트4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아 보인다. 큰 화면에 걸맞은 특별한 기능을 추가한 것도 없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애플은 사용성을 최적화하는 데 능숙하다. 같은 하드웨어 사양을 갖추고 동일한 기능을 실행해도 아이폰이 안드로이드폰보다 쾌적하다는 건 경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쿡은 “애플은 복잡한 문제를 간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 출시 초기에 바람몰이를 해 줄 열성팬이 많은 것도 애플의 장점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갤럭시 노트4를 발표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소개했다.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상황에서도 S펜으로 원하는 부분을 선택·복사·저장할 수 있는 ‘스마트 셀렉트’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회의나 수업 중 칠판에 기록된 내용을 찍어서 저장하면 문서화시켜주는 ‘스냅 노트’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패블릿 시장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용성을 강조하며 아이폰6플러스와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패블릿 시장 진입이 삼성전자에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동안 패블릿 시장은 스마트폰 전체에서 틈새시장이었지만 애플의 가세로 시장 파이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블릿의 비중이 올해 9.8%(1억7500만대)에서 2018년에는 24.4%(5억93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분기 가격대별 스마트폰 판매량 집계 결과 저가(Entry-Tier) 시장에서 레노버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