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담뱃값 인상 본래 목적에 충실해야

입력 2014-09-12 03:51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담뱃세 등을 지금보다 2000원 올려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담배의 해독성을 감안할 때 가격정책을 통해서라도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금연 종합대책 방향은 옳다고 할 수 있다. 담뱃갑에 흡연 폐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넣고, 편의점의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키로 하는 등 비가격정책 부문에도 강력한 규제를 펴겠다고 한 만큼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이 이 정도 오르면 성인 남성 흡연율은 43.7%(2013년 말 현재)에서 2020년 29%로 낮아지고,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6%보다 훨씬 높은 37.6%인 청소년 흡연율 억제에 상당한 실효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인상된 후 성인 남성 흡연율이 12.9% 포인트 감소한 데 비해 가격 변화에 민감한 청소년 흡연율은 28.6%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담뱃값 인상 과정에서 국세인 개별소비세를 새로 물리기로 한 것은 담뱃값 인상의 명분,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뜬금없는 조처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도 담뱃값 가운데 제세·부담금이 62%를 차지하는데 개별소비세를 신설하면 제세·부담금 비중이 73%로 높아진다. 누가 봐도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 개별소비세를 통해 2조8000억원(추정)을 걷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대표적인 지방세인 현재의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비중을 각각 25.6%에서 22.4%, 12.8%에서 9.8%로 낮추면서까지 국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복지정책 확대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재정은 도외시한채 정부 재정을 확충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 늘어나는 복지 재원을 예산 절감과 지출 구조조정, 공공개혁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효가 없자 엉뚱하게 담뱃값 인상으로 구멍난 재정을 벌충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돈이 남아 쓸 곳을 찾지 못하는 대기업들의 법인세를 인하 이전으로 환원하자는 여론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를 외치면서 사실상 서민 증세를 단행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OECD 다른 나라들과 달리 조세·재정정책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매우 낮아 서민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 물가 앙등이 우려되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국고를 확보하겠다는 정책 의지는 지극히 근시안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 지도부조차 정부의 인상안에 우려를 나타낸데 이어 야당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면서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세수 확보’라는 잇속을 채우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는 진솔하게 설득해야 한다. ‘금연 종합대책’이 아니라 ‘증세 종합대책’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담배소비세 비중을 낮추거나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