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도전을 멈췄다. 야구를 사랑했던 괴짜 구단주 허민(38)이 2011년 9월 설립한 고양 원더스는 3년 만인 11일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고양 원더스는 고양시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열린 선수단 미팅에서 해체 결정을 통보했다. 하송 원더스 단장은 “독립리그가 형성되지 않은 한국에서 한 팀으로 운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원더스는 큰 꿈을 품었지만 우리 팀이 아닌 다른 곳의 결정에 따라 팀의 방향이 결정되는 등 미래를 보장해주는 곳이 없다는 게 해체의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열정이 만들어낸 기적과 불투명한 미래=고양 원더스는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지 못하거나 방출당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창단됐다. 허 구단주는 이들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하기를 기대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연간 40억원에 가까운 운영비를 3년간 쏟아부었다. 그리고 허 구단주의 뜻에 공감한 ‘야신’ 김성근(72) 감독이 손을 잡으면서 놀라운 성과를 일궈냈다.
원더스는 퓨처스리그(2군)에서 번외경기를 펼치며 2012년 48경기를 소화했다. 그해 20승7무21패(승률 0.488)를 기록했고 지난해 27승6무15패로 승률을 0.643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는 교류전을 90경기로 확대했고 43승12무25패, 승률 0.632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2012년 7월 투수 이희성이 LG 트윈스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7월 KT 위즈와 계약한 외야수 김진곤까지 22명이 프로에 입단하는 기적을 일궜다. 특히 원더스는 소속 선수들이 프로구단에 지명을 받으면 조건 없이 이적을 허락해 주는 파격을 보여줬다. 지난 8월엔 포수 정규식이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2차 4라운드에 LG에 호명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란 원더스의 모토처럼 많은 선수들과 지도자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독립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원더스는 퓨처스리그 팀과 정식 경기가 아닌 교류전 형식으로 경기를 치렀고 매년 KBO와 경기 수에 대해 논의해야 했다. 결국 불확실한 미래는 아쉽지만 팀을 해체하도록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의 향후 행보=초대 사령탑으로 3시즌 동안 원더스를 이끌어온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 구단이 사령탑을 교체할 때마다 영입 1순위로 거론됐다. 올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감독 교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김 감독은 이제 본격적으로 각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감독은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을 때마다 “고양 원더스가 존재하는 한, 팀을 떠날 수 없다”고 밝혀 왔다. 하지만 구단의 이번 해체 결정과 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감독 영입 작업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감독은 11월까지는 코치들과 함께 프로구단 테스트를 앞둔 선수들의 훈련을 도울 예정이다. 원더스 구단 역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2∼3개월 치 월급을 더 지급하는 한편 훈련 장소를 제공하고 훈련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도전 멈췄지만… 그들이 일군 작은 기적
입력 2014-09-12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