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앞두고 찬성 여론이 높아지자 로이드 뱅킹 그룹과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기겠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의 독립 저지 움직임에 맞춰 기업들도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들까지 스코틀랜드 독립 반대에 가세=스코틀랜드 양대 은행인 로이드와 RBS는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할 경우 본사를 에든버러에서 런던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AFP통신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영국 정부가 최대 주주로 로이드는 25%, RBS는 81%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로이드의 경우 본사는 런던에 있지만 법적인 본사는 에든버러에 있다. 로이드는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 대한 회사의 계획을 묻는 주주와 업계, 고객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독립 투표가 가결되면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RBS도 11일 성명을 내고 “다음 주 있을 투표에서 독립이 결정되면 본사를 영국으로 옮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국 재무부의 한 소식통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될 경우 스코틀랜드 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은 지금과 같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며 은행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거대 은행이 본사 이전 계획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독립 저지를 위한 영국 정부의 행보에 발맞춘 측면이 강하다. 앞서 마크 카니 BOE 총재는 9일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를 쓸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압박한 바 있다.
영국은 회유책도 쓰고 있다. 스코틀랜드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수당이 밉다고 이번 선거를 심판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투표는 다가올 100년에 대한 결정”이라고 호소했다.
◇“올림픽 출전에는 문제없다”=정부 차원의 으름장 분위기와는 달리 BBC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스포츠 분야에서 어떤 변화가 올지를 전망했다. 당장 스코틀랜드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 크레이그 리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은 “스코틀랜드의 올림픽 참가에 아무런 장애는 없지만 우선 유엔에 가입하고 독립을 위한 절차들을 고려할 때 시간표가 빡빡하다”고 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준으로 영국은 모두 65개의 메달을 획득했는데 이 중 20%인 13개를 스코틀랜드 출신 선수들이 땄다. 스코틀랜드 선수는 전체 영국 대표팀의 10%를 차지했다. 런던올림픽 남자 테니스 금메달리스트인 앤디 머레이는 스코틀랜드를 위해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 역시 2016년까지 예정대로 열린다. 브리티시 오픈은 세인트앤드루스를 비롯해 영국과 북아일랜드 등 9곳을 순회하며 열리는데 이 가운데 5곳이 스코틀랜드에 속해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스코틀랜드 양대 은행 “독립땐 본사 영국 이전”
입력 2014-09-12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