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 확대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 강화가 미국이 10여년간 수렁에 빠졌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상군 투입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소말리아나 예멘 등에서 취해진 테러리스트에 대한 선별적인 공습과 유사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이라는 잔인하고 복잡한 분쟁 한가운데로 미국을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IS에 대한 공습이 소말리아나 예멘에서와 같은 간헐적인 공격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이도 거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 내 IS 반군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이후 미군이 한 달간 154회나 공습을 단행한 게 단적인 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3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이라크전을 "어리석은 전쟁"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6년 임기 동안 또 다른 전쟁에 휘말려들지 않은 것을 외교안보정책의 큰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 시리아 내전 개입으로 1990년대 초반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해 전임 3개 행정부가 전부 빠져들었던 '중동전의 늪'을 피해가지 못하게 됐다.
공습 임무 완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이었던 피터 호크스트라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은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IS 핵심 세력을 이 기간 동안 제거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과격 이슬람세력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IS와의 전쟁이 오바마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의 행로는 물론 후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파급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의 완전한 종결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전쟁에 따른 정치적 위험과 부담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클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지상병력 투입은 절대 없다'는 원칙 아래 국제연합전선의 지원과 이라크·쿠르드군, 온건 시리아 반군 등을 동원해 IS를 격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연합전선이 제대로 결성되려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의 공습 동참과 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우방국들의 군사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만으로 IS 근거지를 소탕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공습 표적에 대한 정보와 조준능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시리아 정부의 요청 없이 공습을 감행하는 데 따른 국제법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고, 시리아 정부의 군사적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장 러시아는 미국의 IS 공습 확대 결정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1일 대변인 명의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동의도 없이 시리아 영토 내 IS 기지를 공습하겠다고 천명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이뤄진 이런 행보는 도발행위이자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군과 동맹국들의 지원 하에 군사작전을 주도해야 할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자치정부군의 작전수행 능력이 빈약한 데다 시리아 반군 역시 분열돼 있어 통합적인 군사력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동맹·우방국들이 결속력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현재 카타르와 쿠웨이트의 경우 이슬람 운동을 둘러싼 내부 분열로 IS 격퇴에 소극적이다. 터키 역시 쿠르드자치정부와의 갈등으로 원만한 협력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IS 공습 결정] 오바마도 결국 ‘중동전 늪’에… 잔여임기 藥될까 毒될까
입력 2014-09-12 05:17 수정 2014-09-12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