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독인들 ‘피의 수난’

입력 2014-09-12 04:24
나이지리아 교계 지도자와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만행을 폭로하며 긴급 기도를 요청했다고 기독교인 박해 소식 전문 매체인 모닝스타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형제교단(the Church of the Brethren in Nigeria)의 사무엘 달리 대표는 보코하람 무장대원들이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와 아다마와주에서 이달 첫째 주 동안 기독교인 350여명을 살해하고 수많은 교회를 불태웠다고 증언했다.

달리 대표는 "보코하람의 폭력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 수많은 기독교인이 죽거나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며 "많은 교회가 이미 점령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보코하람 공격이 이어지고 있어 기독교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도를 부탁했다.

아다마와주 굴락에서 목회하는 익명의 한 목사는 "보코하람 대원들이 집과 교회를 파괴했고 또 다른 지역에서 우리 마을로 피신한 기독교인 상당수를 총살했다"며 "이런 상황을 모두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생존자들은 몸을 숨기기 위해 산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있다"며 "이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굴락에서 생존한 기독교인 루카 사보는 "무장대원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총으로 쐈다"며 "시체 몇 구를 봤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보코하람은 보르노주와 아다마와주 여러 마을을 점령해 기독교인 수천 명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가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다마와주 미치카에 사는 임마누엘 크와체는 모닝스타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갇혀 있지만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제발 우리가 구출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코하람은 보르노주와 아다마와주의 많은 교회를 임시 폐쇄했으며 아다마와주의 컬프성경대학을 강제 휴교시켰다.

보코하람은 2009년부터 나이지리아 북부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이들은 지난달 초 점령한 보르노주 그워자에서 '이슬람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뒤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보코하람은 지난 4월 보르노주 치복에서 기독교 소녀 200여명을 납치한 사건을 자행하기도 했다. 유엔의 인도적 지원 조정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보코하람 점령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나이지리아의 보르노주, 요베주, 아다마와주에서 150만여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