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후반부에 들어섰다. 언론계 얘기를 해보면 벌써 여러 해째 새롭고 좋은 뉴스라고 할 만한 게 이 동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신문업계 종사자로서 요즘의 실감을 말하자면, 늙고 쪼그라든다는 느낌에 자주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미디어도 그렇고, 업계의 분위기도 그렇고, 인력도 그렇다. 좀처럼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 예외가 있다면 JTBC가 될 것이다. 주간지 ‘시사인’과 ‘시사저널’은 매년 추석 연휴 전 국내 언론·언론인의 영향력과 신뢰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올해는 JTBC와 이 방송국의 보도부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사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시사인이 지난 8월 말 전국 1000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JTBC ‘뉴스9’는 ‘가장 신뢰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KBS의 ‘9시 뉴스’와 함께 공동 1위(13.9%)에 올랐다. MBC ‘뉴스데스크’(3.6%)와 SBS ‘8시 뉴스’(2.5%)를 10% 포인트 이상 앞섰다. 방송과 신문을 망라해서 조사한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JTBC는 KBS(24.3%)에 이어 2위(14.8%)를 차지했다.
시사저널은 각 분야 전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향력 조사에서 JT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한겨레와 KBS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겸 앵커는 시사인의 언론인 신뢰도 부문 조사에서 31.9%, 시사저널의 언론인 영향력 부문 조사에서 60.9%의 지지를 받으며 2위가 안 보이는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 8월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JTBC는 신뢰도 4위, 영향력 6위를 기록했다.
올해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언론이 받은 수모를 떠올린다면 JTBC와 손석희에 대한 호평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JTBC의 급부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좀더 많은 얘기가 필요할 텐데 어떤 얘기든 손석희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손석희 이전과 이후 JTBC는 딴판이 되었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가다. 손석희 이후 JTBC는 빠르고 과감하게 변화했다. 시선에서는 ‘시민’을, 태도에서는 ‘균형’과 ‘품위’를 강조했으며, 방법으로는 ‘한걸음 더 들어가서’를 선택했다. 그들의 방식을 놓고 이견도 적지 않지만 시사인과 시사저널 조사 결과는 ‘손석희의 JTBC’가 누구보다 잘하고 있음을 수치로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시민들은 여전히 좋은 언론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으며, 언론의 역할에 큰 기대를 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또 아무리 언론계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좋은 언론은 가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손석희와 JTBC는 엄청난 혁신이나 대규모 투자가 없이도, 중요한 문제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혹은 저널리즘의 기본정신을 끊임없이 되묻는 것만으로도 기존보다 나은 저널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기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방통위는 그간 JTBC 보도에 대해 여러 차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방통위의 기준은 시민들의 판단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JTBC와 손석희의 저널리즘 실험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실험과 변화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지난 수년간 한국언론 전체를 감싸고 있던 비관론을 깨트렸다는 점만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남중 문화부 차장 njkim@kmib.co.kr
[뉴스룸에서-김남중] 언론 역할을 다시 생각하며
입력 2014-09-12 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