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대(大)화면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간 대화면 스마트폰(일명 패블릿)은 삼성전자가 주도해 왔다. 한편 중국 TV 업체인 TCL은 세계 최대인 110인치 곡면 UHD(초고화질) TV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전자전시회 ‘IFA 2014’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TCL은 또 중국 하이센스와 함께 기존 TV보다 화질이 훨씬 선명해 차세대 TV로 주목받는 양자점(量子點) TV도 공개했다. 세계 TV 시장을 이끌어 온 삼성과 LG를 위협하는 일대 사건이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추석 연휴기간 중 중국 시장을 점검하고 왔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삼성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지금 IT(정보기술) 업계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별 차이가 없는 모델들을 내놓고 혼전을 벌이는 국면이다. 그동안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은 강력한 하드웨어로 애플과 경쟁하고 중국 기업을 압도해 왔다.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애플이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발표하면서 뚜렷해졌다. 잡스는 생전에 “스마트폰은 한 손에 쏙 들어와야 한다”며 대화면 스마트폰을 경멸했다. 애플은 한국이 선도해 온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승부를 걸겠다고 나섰다. 애플의 변신은 올 2분기 세계 패블릿 시장에서 점유율 34%를 자랑했던 삼성에는 상당한 압박이다. 나아가 아이폰6와 애플워치는 ‘애플 페이(Apple Pay)’라는 모바일 결제 기능까지 갖췄다. 카드 없이도 돈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 분야는 한국 업체들이 한참 뒤져 있다.
중국 IT 업체들의 약진도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IFA 2014는 이러한 판도를 확인시켜준 현장이었다. 중국 업체들은 첨단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레노버가 삼성 갤럭시 노트4와 비슷한 64비트급 스마트폰을 전시한 것이다. 이처럼 최근 중국 기업들은 한국 제품을 베끼던 수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애플과 중국 기업들의 협공을 받고 있는 한국 업체들로서는 또 한 차례 창조적 혁신을 이뤄내는 게 발등의 불이 됐다. 삼성이나 LG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면서 핵심 소프트웨어인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이에 비해 애플은 디자인·소프트웨어·콘텐츠를 아우르는 ‘IT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최대 강점이다. 우리도 새로운 IT 생태계를 만드는 등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2∼3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사설] 中·애플 협공 대응법은 창조적 혁신뿐
입력 2014-09-12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