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극한 대립을 지속해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으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기초생활보장법(수급자 수 확대), 조세특례제한법(월세 임차인 세제지원 확대) 등 민생 입법이 지연돼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제학자 존 듀카와 제이슨 세이빙이 지난달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FRB)에 기고한 ‘정치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논문에 따르면 과거 90년간의 자료를 통해 실증 분석한 결과 정치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은 상호 밀접한 양(+)의 관계가 있으며 두 현상이 서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이 산출한 소득 불평등 지수는 전체 소득계층의 평균 소득 대비 특정 소득계층(상위 10%)의 소득 수준 비율이다. 정치적 양극화 지수는 키스 풀과 하워드 로젠탈이 상·하원에서 법안 등에 대한 개별 의원들의 찬반 여부를 기초로 산출한 지수를 이용했다. 두 지수 모두 클수록 소득 불평등 및 정치적 양극화 정도가 심화됨을 뜻한다.
지난해 ‘오바마 케어’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한 대립을 하면서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폐쇄됐고, 그에 따라 미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정치적 양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사회 안전망, 교육정책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고, 정치적 영향력이 큰 기업이나 로비 집단의 영향력이 확대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또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각 정당은 중간소득계층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유인이 줄게 된다고 논문은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는 진보·보수 양 정당 간 이념차이 및 정책적 갈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공화당의 주요 지지 기반은 중산층 이상 백인인 반면 민주당은 소득 하위계층 및 유색인종을 주로 대변한다. 이처럼 두 정당이 각각의 지지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경우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각 정당의 정책 차이도 확대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소득 불평등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향후 미국에서 정치 개혁이나 사회구조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이는 소득 불평등 등 미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단독] “정치권 극한 대립 소득 불평등 초래” 美 경제학자 90년간 사례 분석
입력 2014-09-12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