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객원편집위원의 直筆] 교단 총회! 제발 희망을 보여 주십시오

입력 2014-09-12 04:22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의 총회가 열리는 9월이 왔다. 물론 5월에 총회를 개회하는 주요 교단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장로교단들이 매년 9월 정기총회를 열고 임원 선출과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9월은 한국교회로서는 가히 총회 시즌이라 불릴 만하다.

각 교단의 총회헌법에는 대부분 ‘총회는 총회 산하 모든 지교회 및 치리회의 최고회’라는 취지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총회가 전국 교회의 대표성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산하 노회, 지방회, 교회에 대해 입법·사법·행정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각 교단의 총회 현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짚어 보는 것은 교계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총회 관련 기사들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열리는 각 교단 정기총회도 예년처럼 한국교회의 미래를 여는 대안이나 비전을 놓고 진중하게 토론하는 생산적인 장(場)이기보다는 오히려 비본질적인 쟁점들만을 놓고 소리를 높이는 성(聲)총회가 될 것 같다는 예견을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기사는 ‘○○총회는 어떤 어려움이 있고, ○○총회는 무엇이 쟁점이며, 전년도에 이어 해결되지 못한 문제를 안고 총회를 여는 교단은 ○○교단이며…’ 등의 내용으로 돼 있다. 슬프게도 교단마다 불필요한 소모적 쟁점이나 문제를 안고 있지 않은 교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라는 교단명을 가진 대부분의 교단들은 올해 총회를 거의 ‘제99회 정기총회’라고 명기하면서 지난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총회라는 것을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긴 총회 역사 속에서 각 교단 총회는 임원 선거에서부터 투명성을 확보하고, 합리적 절차에 따라 회무를 진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제기된 헌의안들이 한국교회 전체를 염두에 두고 영적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결정됐는지, 이후 실천력을 담보해 추진됐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교계 밖의 어느 명망 있는 분으로부터 “각 교단 총회를 보면 능력도 책임도 도덕성도 없는 3무(無) 조직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따가운 평가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나친 평가’라고 항의했지만 조목조목 따지는 내용들을 들으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목회자 이전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각 교단 총회에 관심을 두는 것은 각 교단 총회의 결의가 한국교회와 교단 산하 지교회들의 사역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총회의 결의는 성도들의 신앙생활 양태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례로 1938년 제27회 조선예수교장로회총회에서 가(可)만 묻고 부(否)는 묻지도 않은 채 만장일치로 가결한 ‘신사참배 결의’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뼈아픈 추문으로 남아 있다. 그러므로 교단 총회에서 다뤄지는 의제는 결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할 문제가 아니다.

여름이 시작되기 전, 모 대학생 선교단체의 수련회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인터뷰를 요청해서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수련회 기간에 논의할 몇 가지 주제 가운데 ‘교회갱신’을 한 가지 주제로 설정했고, 문제 제기를 위해 교회의 새로움과 관련한 사역을 하고 있는 몇 분을 인터뷰하는 중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인터뷰 마무리 시점에 한 형제가 이런 질문을 했다. “교회의 새로움을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 질문을 받는 순간 “제발 우리에게 한국교회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는 무언의 요청을 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총회 시즌이 되면서 “우리 총회 역사는 100년을 앞두고 있다”는 말처럼 자부심이 배어 있는 듯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러나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각 교단 총회 관련 기사들을 보면 역사는 길고 덩치는 클지 모르지만 어느 분의 평가처럼 ‘능력도, 책임도, 도덕성도 없는 3무 교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그래서 각 교단이 총회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여는 올해 총회를 통해 ‘3무 교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거룩한 성(聖)총회가 되어 통일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와 한국교회의 모든 성도들에게 희망을 주는 총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집중력 있게 총회를 위해 기도할 따름이다.

한목협 사무총장 <드림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