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이 모두가 평안해 보이는 가정에도 갈등이 있고 말 못할 고민이 있습니다. 김모 집사 가정에도 시어머니를 모시는 일이 늘 형제들 간에, 며느리들 간에 갈등을 야기했습니다. 어느 날 셋째 며느리인 김 집사에게 큰며느리가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시어머니를 모실 수 없으니 셋째가 모시라는 것입니다. 만약 셋째가 어려우면 둘째도 모실 수 없다고 하니 거동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김 집사는 고민했습니다. 사실 시어머니와 김 집사의 관계는 신혼 초부터 그리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의 결혼을 가장 반대한 분이 시어머니였습니다. 결혼 후에도 가족 모임 때 큰며느리와 둘째는 은근히 칭찬하시고, 셋째는 깎아내리던 분이셨습니다.
김 집사는 이 일을 두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솔직히 탐탁지 않은데 신앙인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무언가 변명거리를 만들려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김 집사에게 이런 마음을 주셨습니다. “김 집사야, 내가 너에게 부어 준 은혜가 얼마냐. 나는 네가 실수할 때도 늘 품고 용서했는데, 너는 병든 시어머니 한 사람을 품을 수 없어서 거부하려고 하느냐. 너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않느냐.” 김 집사는 더 이상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어머니를 진심으로 마음에 품고 정성으로 모셨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야박하게 했던 것을 사과하시고 예수 믿고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큰동서와 둘째 동서의 관계도 좋아지고 온 집안이 더 화목하게 되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요셉의 약혼녀 마리아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눅 1:30∼31)고 전했습니다. 마리아는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아직 동거도 하지 않았고 남자를 모르는 정결한 예비 신부에게 아기가 생긴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마리아의 임신이 가져올 파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요셉에게 줄 실망감, 가문에 찾아올 수치와 부끄러움, 율법에 의해 돌에 맞을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녀는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찍힐 것입니다.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고지를 동의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습니다.
고민하고 갈등하던 마리아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고 결국 이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첫째, 유대 땅에 수많은 여인들이 있습니다. 왕궁의 여인들, 귀족의 딸들, 지성적인 여인들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갈릴리 나사렛 시골뜨기 처녀인 나를 선택하셨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감사했습니다. 둘째, 비천한 여인인 나에게 하나님의 아들인 메시아를 잉태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가. 셋째, 남자와의 접촉이 없이도 성령으로 새 생명이 잉태되는 놀라운 기적을 내 몸에서 목도할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운 특권인가. 마리아는 결국 이 은혜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은혜의 말씀을 가슴에 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헌신은 비천한 여인에서 존귀한 여인이 되고, 예수님의 육신적 모친이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은혜란 너무나 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은혜를 이루기 위한 아픔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혜의 말씀을 가슴에 품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영무 서울 영신교회 목사
[오늘의 설교] 은혜의 말씀을 품은 마리아
입력 2014-09-12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