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D-6] 연재! 금빛 연기를 부탁해

입력 2014-09-13 03:13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는 ‘피겨 여왕’ 김연아(24)와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놓고 경쟁해 왔다. 서로의 종목은 다르지만 기술과 예술성을 함께 다투는 종목의 공통점 때문에 대기업 TV 광고에서도 라이벌로 활약했다.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던 김연아에 비해 아직 정상에 오르지 못한 손연재가 광고시장에서 김연아의 라이벌 대우를 받았던 것은 그의 깜찍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를 목표로 매년 조금씩 자라온 ‘성장 스토리’가 팬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리듬체조는 손연재로 인해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국민들이 가장 우승을 보고 싶어 하는 종목이 됐다. 10월 1∼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리듬체조는 야구 등 인기 종목을 제치고 가장 먼저 입장권이 매진됐다.

개인종합과 단체전 등 2개의 금메달이 걸린 리듬체조에서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손연재의 최근 성장사는 괄목상대란 말에 딱 어울린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개인종합에서 한국 선수 중 처음 결선에 올라 사상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했다. 리듬체조의 본고장인 러시아에서 집중적인 훈련을 계속해 온 손연재는 최근 치러진 국제체조연맹(FIG) 주관 월드컵 시리즈에서 11개 대회 연속 종목별 메달 획득에 성공, 자신감마저 붙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월드컵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개인종합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손연재를 능가한 아시아권 선수는 없었다. 손연재의 강력한 아시안게임 라이벌 덩썬웨(중국)는 출전하지 않았다. 또 다른 경쟁자인 우즈베키스탄의 엘리타베타 나자렌코바는 8위, 자밀라 라크마토바는 10위를 차지했고, 일본의 사쿠라 하야카와는 1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지난 4월 리스본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개인종합 금메달을 딴 적도 있다.

손연재는 “국내에서 열리는 종합대회인 만큼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담담하게 각오를 밝혔다. 그는 “라이벌 선수들도 다들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다”며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덩쎈웨는 지난해 손연재를 이긴 적도 있다. 지난해 6월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손연재가 우승, 덩썬웨가 3위를 차지했지만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덩썬웨가 4위에 오르며 5위의 손연재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올 시즌 처음 맞대결을 펼친 지난달 소피아월드컵에서는 손연재가 3위, 덩썬웨가 7위를 차지하면서 전세가 다시 역전됐다. 최근 2년간 개인종합에서 2승1패로 손연재가 앞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피아월드컵에서 덩썬웨가 발목부상 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선수다. 덩썬웨는 작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볼·리본에서 금메달을 따내 개인종합·후프·곤봉 금메달을 딴 손연재의 독주를 막았다. 김주영 리듬체조 국가대표팀 코치는 “큰 실수가 없는 한 손연재의 우승이 유력하지만 대회 당일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며 돌발변수가 많은 리듬체조의 특성을 경계했다.

손연재는 터키 세계선수권대회(18∼27일)에 출전한 뒤 한국에 입성할 예정이다. 실전을 통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