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종목 가운데 하나다. 국내 프로야구의 간판급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데다 그동안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5개 대회 중 3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프로 선수 출전이 허용된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엔 도하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모두 금메달을 땄다.
◇최대 난적, 대만 좌투수 왕웨이청=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통산 네 번째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의 최대 적수는 대만이다. 프로 선수 없이 사회인 야구 선수 출신들로 이뤄진 일본과 달리 대만은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13명을 포함해 대부분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A·B조 4개 팀씩 풀리그를 치러 각 조 1, 2위 팀이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 이변이 없는 한 A조에서 중국과 일본, B조에서 한국과 대만이 준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어차피 준결승과 결승에 집중해야 하겠지만 준결승에서 A조 1위가 유력한 일본을 피하려면 B조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따라서 같은 조에 속한 대만과의 일전이 관건이다. 대만 역시 예선 한국전이 중요한 만큼 투수진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투구를 자랑하는 좌완 왕웨이청(22)을 선발로 기용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대만의 좌완 투수에 약했기 때문이다. 7월 1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어깨통증 때문에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인 왕웨이청은 대만 대표팀의 미국파 11명 가운데 유일한 현역 메이저리거다. ‘제2의 첸웨인’이란 소리를 듣는 왕웨이청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투수로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90에 그치고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주로 선발투수로 뛰며 2년간 평균자책점 2.91을 기록했다.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인 데다 체인지업도 좋다는 평가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왕웨이청은 득점권 상황에서 평균자책점이 17.10이나 될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이 좋지 않다. 게다가 우타자에게 특히 약해서 피안타율이 0.382나 된다.
◇김광현, 메이저리그 진출 시험대=한국은 SK 와이번스의 좌완 에이스 김광현(26)을 예선 대만전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년간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올 시즌 완벽히 부활한 김광현은 25경기에서 12승9패, 평균자책점 3.3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데뷔 이후 최다인 9실점의 최악투로 무너지기 전까진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며 7월 이후 9경기 중 8경기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한 바 있다. 김광현은 이 9경기에서 58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2패 평균자책점 1.69로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다만 김광현은 올 시즌 유난히 낮 경기에 약해서 최근 롯데전을 포함해 4경기에서 1승3패, 평균자책점 7.96으로 부진한 것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김광현의 경우 구위만 보면 최전성기였던 2008∼2010년에 비해 위력이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특기인 150㎞대 초반의 강속구와 예리한 슬라이더 외에 올해 새로 장착한 커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김광현은 올해 안타를 맞더라도 맞춰 잡아서 범타와 병살타를 유도하는 투구를 하기 때문에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다. 올 시즌 홈런이 10개밖에 되지 않는 등 장타가 적은 것은 김광현의 장점이다. 노련미로 위기를 잘 넘겨 공격적인 마이너리그 타자가 많은 대만을 상대로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김광현은 내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이 누구보다도 특별하다. 2007년 입단한 김광현은 올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어도 FA 자격 7시즌에 등록일수가 8일 모자라지만 금메달을 딸 경우 14일의 FA 혜택일수를 받게 돼 구단의 허락 아래 해외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올 시즌 김광현이 선발 등판할 때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김광현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맞수! 아시아드-(4) 김광현 vs 왕웨이청] 예선 최대 난적… 좌완 에이스 자존심 대결
입력 2014-09-13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