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의 센터 김주성(35·205㎝·원주 동부).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은 1998년 방콕대회였다. 이후 2010년 광저우대회까지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인천대회까지 참가하면 5회 연속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김주성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다부지다.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주성이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이란의 주포 하메드 하다디(29·218㎝)를 꺾어야 한다.
한국 남자농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세 차례(1970·1982·2002) 우승했다. 김주성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이다. 당시 김주성은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21점을 뽑아내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102대 100)을 이끌었다. 김주성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던 ‘공룡 센터’ 야오밍(34·은퇴)에게 밀리지 않았다.
김주성은 최근 스페인에서 막을 내린 2014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 출전해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농구 강국들과의 격차를 실감하며 5전 전패를 기록한 것. 김주성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11일 “한국 남자농구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프로농구 인기가 살아나고 아마추어 농구의 저변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성은 중앙대 1학년이던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서장훈, 현주엽, 강동희, 이상민, 문경은, 조상현, 김성철 등 농구대잔치 스타들이 즐비해 김주성은 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했다. 16년 전 대표팀의 막내였던 김주성은 어느덧 맏형이 됐다.
지난 9일부터 진천선수촌에 재소집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주성은 “가장 높은 시상대에 오르겠다”며 마지막 명승부를 예고했다.
한국이 금메달을 다툴 경쟁국은 중국, 이란, 필리핀 등이다. 중국은 야오밍, 왕즈즈 등 NBA에 진출했던 선수들이 은퇴하며 주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해 역대 중국 대표팀과 비교하면 약
체다. 오히려 2007년, 2009년, 2013년 아시아
선수권을 제패한 이란이 더 까다롭다는 평가
가 나온다. 이란은 NBA 출신 센터 하다디를
앞세워 아시안게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하다디는 스페인 농구월드컵 예선에서 스페인, 브라질, 세르비아 등의 유럽 센터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펼쳐 보였다. 하다디는 이번 대회에서 평균 18.8점(7위), 11.4리바운드(2위)를 기록했다. 4득점에 그쳤던 브라질전을 제외하면 모두 16점 이상을 쓸어 담았고, 5경기 중 3경기에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하다디를 앞세운 이란은 이집트를 88대 73으로 꺾고 1승을 거두는 성과를 올렸다.
하다디는 이란에서 처음으로 NBA에 진출한 선수다. 2008년 멤피스 그리즐리스에서 NBA 선수로 데뷔한 하다디는 2013년 피닉스 선즈에서 방출된 뒤 중국을 거쳐 이란으로 돌아왔다. 비록 NBA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진 못했지만 큰 신장과 함께 좋은 기술로 농구월드컵에서 많은 점수를 뽑아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게 ‘하다디 봉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열린 제35회 윌리엄존스컵에서 이란에 68대 71로 패했다. 당시 하다디를 잡지 못하고 34점이나 내준 게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지난해 8월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도 한국은 하다디에 더블더블(30점·13리바운드)을 허용하며 이란에 65대 76로 무릎을 꿇었다. 김주성은 두 경기에서 하다디와 맞대결을 벌였지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한편, 광저우아시안게임 상위 8개 팀에게 부여하는 12강 본선 라운드 자동 진출권을 확보한 한국은 요르단과 함께 D조에 묶였다. 한국은 A, B조에서 조별 예선을 거쳐 올라온 1, 2위 팀이 12강에 합류하면 본격적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12강부터 C∼F조 팀들은 8강까지 풀리그를 치른 후 4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이란은 필리핀과 E조에 배정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맞수! 아시아드-(3) 남자농구 김주성 VS 하다디] “한국 12년 만의 金” vs “이란 첫 우승” 명승부 예고
입력 2014-09-12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