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유 있는 삶을 목표로 하지만 삶의 현장에선 매일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원하는 정보를 빨리 찾아주길, 주문한 음식이 더 빨리 배달되길 바란다. 인터넷 쇼핑몰마다 ‘당일 배송’이라 적힌 광고 문구가 번쩍인다. 그래서인가. 역설적으로 슬로푸드, 슬로시티, 슬로워크, 슬로여행, 슬로패션 등 수많은 ‘느린 것’들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이는 인류가 ‘빠름’이 가지는 문제점을 직시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의사가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즉시 치료된다’는 약속을 파는 것이다.”(20쪽)
저자는 한 의사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속도에 중독된 세상을 이야기한다. ‘퀵픽스(Quick Fix·땜질처방)’의 반대 개념으로 ‘슬로픽스(Slow Fix)’를 내놓으면서 “퀵픽스가 현상을 바꿀진 몰라도 문제의 뿌리를 해결하진 못한다.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고 주장한다. 책은 총 12가지의 방법으로 비즈니스, 정치, 교육, 환경, 건강, 인간관계 등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미 ‘슬로픽스’ 실험에 나선 도미노피자, 페덱스, 노르웨이의 교도소, 애플사 등의 사례도 언급한다.
이코노미스트와 가디언 등에서 기자로 일했던 그는 전 세계를 돌며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는 강연자다. 그의 TED강의는 1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박웅희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손에 잡히는 책] 속도에 중독된 세상에 ‘슬로픽스’를 제시
입력 2014-09-12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