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일하는 로버트 피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중동문제 전문기자’로 꼽힌다. 레바논 베이루트를 기반으로 38년간 중동을 커버해 왔고, 생전의 오사마 빈 라덴을 세 차례 인터뷰하기도 했다. ‘전사의 시대’는 피스크의 신문 칼럼을 모은 책이다. 책에 수록된 115개의 칼럼 대부분은 9·11 이후 미국과 영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 쓰인 것이다.
그는 70세에 가까운 노기자지만 그의 글은 분노와 냉소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특히 세상의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뿌리 뽑지 않으면 항상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며 두려움을 강요하고, 자신들의 편에 서서 싸우지 않으면 테러리스트와 같은 편으로 간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우리 모두를 전쟁으로 끌고 들어간 권력자들을 향해 가차 없는 비판을 쏟아 붓고 조롱을 가한다.
그는 서문에 “사실상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음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행태는 우리 시대의 가장 두렵고도 저주스러운 특징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며 “기억을 희석하고, 잔인함을 보고도 일부러 못 본 척하는 태도가 우리를 다시 불구덩이로 밀어넣는 주범이라는 것이 바로 내가 지난 10년간 이 칼럼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라고 썼다. 최재훈 옮김.
김남중 기자
[손에 잡히는 책] 전쟁 강요하는 권력자들을 가차없이 비판
입력 2014-09-12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