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나침반] 암·만성질환 예방 첫걸음은 ‘자연치아 살리기’

입력 2014-09-16 03:06
황정빈 신세계치과 원장
신경치료가 된 치아의 상아세관에서 상아모세포가 제거돼 세균이 가득 들어가 있는 전자 현미경 사진.
잇몸질환이 당뇨,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류머티스, 간 질환, 각종 암 등 전신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임을 주장하는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다.

잇몸질환을 유발하는 세균 중 포르피로 모나스 진지발리스(Porphyromonas gingivalis)균은 세포 내로 감염되면 숨어 있는 병원균으로 작용한다. 감염 후 P.진지발리스균은 육안으로는 마치 멀쩡한 것처럼 보여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 감염여부는 상피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P.진지발리스균의 감염과 관련된 암 발생은 세포주기와 관련된 사이클린 조절 과정, 예정세포사멸과정(Apoptosis), AKT경로, 표면성장인자(EGF)경로, P53경로, 바탕질단백분해효소(Matrix metalloproteinase) 생성, Bcl-2 신호경로, JAK/STAT신호경로, PI3K 등의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암 발생의 대상이 되는 줄기세포와 분화된 세포들은 병원성 세균이 침입하거나 손상을 입으면 세포 자체가 터져 정상세포로 대체돼 암 발생을 억제한다. 이는 괴사(Necrosis)나 세포자살(Apoptosis)과 같은 세포사멸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P.진지발리스균은 세포자살과정을 방해한다. 오히려 세포 안에서 살면서 세포의 수명을 늘려 자신의 삶도 늘린다. 잇몸의 각화상피 안에서 살기 때문에 항생제도 효과가 없다. 또 세포 내 미세소관(microtubule)을 통해 감염 세포를 늘려 간다. 또 각종 암 발생 과정에 참여해 유방암 췌장암 신장암 폐암 위암 대장암 자궁암의 발생과 전이를 일으킨다.

문제는 이런 위험한 세균이 어떻게 우리 입안에 존재하고 몸 안에 들어갔을까 하는 것이다.

입에서 항문에 이르는 우리 구강 소화관은 점막으로 이뤄져 있고 점막의 시작인 구강으로 세균이 들어와서 항문으로 배출되는 과정에서 점막에 상처가 있을 때와 일부 세균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균들은 우리 몸 안(점막 안쪽)으로 들어 올 수가 없다. 하지만 치아는 구강점막을 뚫고 들어가 있다. 잇몸질환 환자의 경우 치아를 이용해 세균이 우리 점막 내부로 이동한다. 잇몸 질환의 염증과 신경 치료된 치아의 염증 그리고 조립형 치과 임플란트 주변의 염증은 공통점이 있다.

입안에서 환자가 느끼지 못하는 낮은 상태의 만성 염증 상태인 점과 공기가 없는 곳에서 자라는 혐기성 그람 음성 세균이 발견 된다는 점이다.

신경 치료가 된 치아를 빼서 세균을 검사해 보면 P.진지발리스를 비롯한 다양한 병원성 세균이 대량 존재한다. 실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세균의 숫자를 비교한 결과 구강 전체의 세균 수보다 신경 치료된 앞니 하나의 혐기성 세균의 수가 더 많이 검출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결 부 공간에 혐기성 세균이 존재하는 조립방식의 임플란트도 마찬가지로 우리 몸속으로 세균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감염원으로 작용하게 돼 장기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감염 방지를 위해서는 자연치아를 살려야 한다. 신경 치료를 통해서 ‘자연치아를 살린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오히려 신경 치료는 자연 치아에 구멍을 내서 자연치아의 구조를 약하게 하고 면역계를 파괴, 외부 세균에 대한 방어력의 손실을 가져온다. 자연치아를 최대한 유지하려면 입안의 위생을 평소에 철저히 관리하고, 치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또한 만성염증을 유발하는 잇몸상피세포의 세균 감염을 꼭 점검하고 미리미리 감염을 제거해 전신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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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빈 신세계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