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이동훈 경제부장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만나다

입력 2014-09-12 03:32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잠사회관에 있는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며 우리 농촌의 삶의 질 향상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 장관은 소통과 배려를 통해 농촌을 우리 국민의 삶터이자 쉼터로 복원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산업화 이후 대한민국은 농촌과 농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을 키우며 성장해 왔다. 수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수많은 근로자가 필요했고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 근로자에게 낮은 임금을 줘야 했다. 농촌은 젊은이들을 도시 근로자로 떠나보냈고 이들에게 값싼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농민은 자신들의 가격 경쟁력을 생각지 못했다. 이러는 동안 농촌에는 노인만 남았고 삶의 질은 수직 하락했다. 농민들은 농정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가 양파를 심으라면 당근을 심고 재배 면적을 줄이라면 오히려 늘리는 식으로 농민들은 정부를 불신했다. 정부가 쌀 관세화 공식화를 선언하는 등 급기야 우리 주식산업이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국민일보가 지난 2일 만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소통과 배려를 농정의 첫 덕목으로 꼽았다. 이전까지의 농정이 돈을 버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에 농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반성이다. 이 장관은 농촌 지역에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촌을 모든 국민의 삶터이자 쉼터로 만들겠다는 게 이 장관의 꿈이자 목표라고 했다. 그에게 한국의 농촌과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난다. 오랫동안 농업분야를 연구해 왔는데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지난 정부가 열심히 부지런히 많이 했는데도 농업분야에선 소통하는 것이 좀 아쉬웠다. 농민들이 정부에 대해 여러 가지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노선 또는 철학이랄까 정책 프레임 자체가 ‘돈버는 농업’에 맞춰져 있었다. 중요하지만 국가가 할 일이 돈 버는 게 다가 아니다. 안전한 식품을 안전하게 공급한다든지,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고향을 두고 있는데 농촌도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되도록 하는 일들, 그런 게 중요하다.”



-소통과 배려의 농정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국민공감농정위원회를 만들어서 농가 유형별로 정책을 마련했다. 규모가 큰 전업농은 더 잘살게 하고 영세 고령농에 대한 배려도 생각하면서 유형별로 육성하자는 게 우리의 정책이었고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담아 올해 추진 중이다. 활발한 소통에 힘입어 농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주요 현안이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초 발표한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 대해 정책고객의 89%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농민들이 농정 방향을 이해하고 합심하면서 지난해 농가소득은 19년 만에 최대 증가율인 11.3%(3100만→3500만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영세·고령농에 대한 배려책의 구체적 성과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기초연금과 농지연금 등 기초생활 보장제도가 보강됐다. 독거노인들은 전기요금이 아까워 전기장판 하나 켜놓고 겨울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분들이 같이 모여살 수 있는 ‘공동 홈’을 만들고 공동급식·목욕 시설 76개를 만들었다. 마을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 농촌 맞춤형 대중교통을 보급하고 있다. 연세가 매우 많아 거동이 어려운 분들은 이동 도우미를 지원한다. 정부 각 부처에서 여러 가지 복지를 지원하지만 (부처 간) 틈새에 있는 분야도 발굴해 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평소 6차산업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바꿀 방법이라고 보나.

“배려의 농정을 전제로 농업을 미래의 성장산업·수출산업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농업을 좀 더 규모화·과학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전까지는 개인 위주의 전업농 위주로 정책을 펼쳤다. 이제는 들녘 중심으로 갈 계획이다. 들녘별로 법인 조합 하나가 경영을 맡는 것이다. 품종 선택과 재배 방식을 통일하고 공동작업을 하고 육묘·방제 등 많은 작업을 함께하면 노동력을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다. 일정한 규격과 품질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확보해 가공·유통·수출하면 미국 캐나다 프랑스와도 경쟁할 수 있다.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농민들은 6차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유통하고 관광 등과 결합하는 게 6차산업이다. 예전에 30명이 짓던 농사를 이제는 몇 사람이 지을 수 있도록 논을 농지 가운데로 몰고 자투리땅에는 노동집약적인 시설 재배, 축산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농업 외에 생산·가공·유통·관광 등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

-귀농귀촌에도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 3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여러 가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농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도시 주민들이 들어와 자투리땅을 이용해 집도 짓고 많이 머무를 수 있도록 농촌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것이다. 일단 농지나 주택 개선사업 대상에 있어서 자투리땅 이용범위를 넓혀주는 데서 시작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농촌지역에선 1가구 2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 면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도시 주민들이 주말에 내려와 머물며 농사를 짓거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농가 주택을 별장 개념으로 소유하게 되면 그게 국민 행복이고 삶의 질 향상이 될 것이다.”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