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항암제 복제약 괜찮을까… 안전성 입증안돼 불안감 여전

입력 2014-09-16 03:53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을 받은 박길동(가명)씨는 보훈병원에서 오리지널의약품 ‘글리벡’을 꾸준히 처방받아 왔다. 그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박씨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글리벡 복제약인 ‘글리마’로 처방이 강제 변경됐다. 처방이 변경되고 몇 개월간 약을 복용한 박씨는 기존에 오리지널의약품을 복용할 때에는 없었던 설사와 복통 등의 부작용을 겪게 됐다. 박씨는 “항암제 복제약이 기존에 먹던 의약품과 비교할 때 가격은 저렴해서 좋다고 하지만 부작용이 많아 의사에게 글리벡으로 다시 처방해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5개 보훈병원에서 글리벡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받고 있던 수십 명의 환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복제약인 글리마로 처방이 강제 변경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보훈병원은 복제약에 의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에 한해 글리벡으로 처방할 수 있게 했다.

항암제 복제약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에 비해 효능이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복제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환자들은 “성분이 동일하다고 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오리지널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항암제 복제약은 정말 안전할까. 환자나 의사들이 복제약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불안 때문이다. 항암제는 종합병원에서 주로 처방되는데, 종합병원 의사들은 검증되지 않은 항암제라면 사용을 꺼린다. 의사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 오리지널 항암제를 선호한다. 게다가 국산 항암제 상당수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복제약이기에 환자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약가는 항암제 선택을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한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가격차가 크지 않다면 오리지널 약을 쓰겠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복제약의 경우 약물이 혈액내로 들어오는 농도가 오리지널의약품과 동등함을 입증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을 통과하면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생물학적동등성이 입증되려면 원료, 약의 재조합 과정 등에서 충분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글리벡 복제약의 경우만 봐도,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제형에 있어 차이가 크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현재 시중에 나온 복제약은 알파형이고 글리벡은 베타형이다. 겉모양인 분자식은 같지만 복제약과 글리벡은 서로 다른 화학적 성질을 갖고 있다”며 “일부 국내 제약사에서 복제약을 만들 때 가격단가를 맞추기 위해 인도 등에서 저렴한 원료를 수입하는데, 이러한 약에는 불순물이 섞여 환자들의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지난 2006년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조작 파문으로 복제약에 대한 환자와 국민들의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며 “항암제는 일반약과 달리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으로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줄줄이 만료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이 너도나도 복제약을 만드는 데 적극 뛰어들고 있다. 2016년 벨케이드, 타쎄바, 이레사, 2018년 허셉틴 등이 만료돼 관련 국내제약사들이 복제약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상위제약사인 종근당, 한미약품, 보령제약, 일양약품 등이 이들 항암제 시장에 적극적이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