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기업 실적악화 非常

입력 2014-09-11 03:00
국내 일부 대기업이 총수 공백으로 인한 경영 차질이 이어지면서 그룹 체질개선, 사업영역 조정 등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지 4개월째인 삼성그룹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요한 의사 결정에 직접 관여하며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근 그룹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이 처음 역성장을 기록하며 성장동력 고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경영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경영쇄신에 나서는 한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과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발표하며 사업·지배구조 재편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달 23일이면 최태원 회장 수감 600일째를 맞는 SK그룹은 위기감이 심각하다. 총수 부재로 인한 각종 사업진출과 투자결정이 늦어지면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전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에는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해 1박2일로 워크숍을 갖고 최 회장 부재에 따른 중장기 경영대책을 모색했다. 최 회장도 최근 사내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이럴 때일수록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며 당부했다.

김승연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한화그룹은 원로 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한화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투자와 신규 사업계획 수립, 임원 인사 등 핵심 사안을 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마케팅실장이 ‘서울 세계 기후·에너지 콘퍼런스 2014’에 연사로 등장하는 등 대외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CJ그룹은 이달 12일로 예정된 이재현 CJ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장이 2년 전 배급을 결정한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 달성이라는 대박을 터뜨렸지만, 그 이후 신규투자나 해외사업 등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향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