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與 “9월 15일 민생 처리” 강경… 野 “파행 책임져야” 경고

입력 2014-09-11 04:30
7·8월 임시국회에 이어 정기국회마저 공전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 ‘일방통행’ 표지판이 유난히 눈에 띈다. 김태형 선임기자

추석 연휴를 통해 냉각기를 거친 정치권이 다시 세월호 정국과 마주했다. 그러나 별로 바뀐 것이 없어 추석 이후 정국은 여전히 혼미한 상태다. 지난 5월 이후 넉 달이 넘도록 '입법 제로 국회'를 이어가는 탓에 추석 민심조차 여야를 막론하고 냉랭했다. 정치권이 하루빨리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민생법안이 산적한 정기국회의 앞날은 더 캄캄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새누리당, 추석 이후 강경 드라이브 택하나=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과 분리해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추석 전보다 강해졌다. 오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90여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으름장이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10일 여의도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국회 본회의에 계류된 비쟁점 법안들은 즉각 처리해야 한다"며 "다른 민생법안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어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계속 보류돼야 하느냐"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내심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상정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 소속 의원들에게 15일 본회의를 대비한 '소집령'을 내리기도 했다. 또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소집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은근히 정 의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가 빠른 시일 내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 본회의에 부의 중인 법안 처리, 세월호 특별법안 합의를 동시에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여당 측 움직임을 일축했다.

여당이 대야(對野) 강경론을 쏟아내는 배경에는 '추석 민심'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민생을 살려달라는 절규였다"고 추석 민심을 해석하면서 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추석 민심을 통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추석 연휴에 지역구를 다녀온 의원들도 한결같이 '민생 우선'에 방점을 찍었다.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민생법안 처리를 언제까지 미룰 것이냐고 화도 많이 내시고 질타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고향인 전남 목포에 다녀온 안형환 전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말만 민생 민생 하지, 하는 게 뭐가 있느냐는 이야기를 가슴 졸이면서 들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세월호 특별법이 곧 민심"…대응 수위는 고민=새정치연합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유가족들에게 양보하라는 게 추석 민심이라는 주장이다. 민생법안의 분리 처리를 목적으로 15일 본회의를 개최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이로 인해 국회가 장기간 공전된다면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책임이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당 지도부는 추석 전 여야 협상을 시도했다가 유가족과 강경파에 밀렸기 때문에 당분간 대여 강경책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추석 연휴에 세월호의 '세' 자도 꺼내지 않았다. 참 비정한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유 원내대변인은 "추석 민심을 광범위하게 청취해 보니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악성 소문을 사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생법안 처리를 언제까지 미뤄둘 수 없어 고민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민심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었다"며 "특별법 때문에 모든 의정활동을 중단해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달 초 실시할 것으로 예상됐던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까지의 도보행진이 미뤄지는 것도 복잡한 속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도보행진은 우원식 의원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의원 10명 정도가 참여 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도보행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어 실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가 교착될 경우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겸직 중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원내대표 분리론은 당내 세력 갈등을 부추기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엄기영 김경택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