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KB회장 “중징계, 도저히 납득 못해 철저히 소명… 진실 밝힐것”

입력 2014-09-11 03:57
임영록 KB국민지주 회장이 10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성찬 기자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서 아무 행위도, 내려진 결정도 없다. 과정 중인 사안을 가지고 중징계를 때린 것이 과연 타당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은 시종일관 “문제가 된 (주 전산기의) 유닉스 전환 사업은 아직 시작도 안 한 사안, 검토만 진행되다 중단된 의사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이 원안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 제재의 법적인 허점을 적시해 반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소명을 해서 경징계가 나왔고 그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데 징계가 다시 상향 조정되면서 KB금융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며 책임을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타당한지 철저히 소명해 내부 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통제 능력의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금감원에 고발되고 밖에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흔들리게 된 것”이라며 자신이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올린 문책경고를 다시 뒤집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기류가 강하다. 이미 안팎으로 갈등의 골이 드러난 상황에서 임 회장으로는 KB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징계가 한 번 낮아졌다 높아진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웠는데 또 낮추기에는 당국 간의 갈등으로 비쳐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 중징계가 확정돼도 사퇴하지 않고 이의 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