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서 아무 행위도, 내려진 결정도 없다. 과정 중인 사안을 가지고 중징계를 때린 것이 과연 타당한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은 시종일관 “문제가 된 (주 전산기의) 유닉스 전환 사업은 아직 시작도 안 한 사안, 검토만 진행되다 중단된 의사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12일 금융위원회에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이 원안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자 금감원 제재의 법적인 허점을 적시해 반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소명을 해서 경징계가 나왔고 그 이후 상황이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데 징계가 다시 상향 조정되면서 KB금융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다”며 책임을 최수현 금감원장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타당한지 철저히 소명해 내부 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부 통제 능력의 허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금감원에 고발되고 밖에 알려지면서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흔들리게 된 것”이라며 자신이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위 내부에서는 금감원이 올린 문책경고를 다시 뒤집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기류가 강하다. 이미 안팎으로 갈등의 골이 드러난 상황에서 임 회장으로는 KB 경영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중징계가 한 번 낮아졌다 높아진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웠는데 또 낮추기에는 당국 간의 갈등으로 비쳐질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 중징계가 확정돼도 사퇴하지 않고 이의 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구제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임영록 KB회장 “중징계, 도저히 납득 못해 철저히 소명… 진실 밝힐것”
입력 2014-09-11 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