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이 180도 선회함에 따라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급증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2020년으로 연기하는 대신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에 대해 대당 1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애초 도입을 검토한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프랑스에서 실시 중인 ‘보너스-맬러스’ 제도를 모델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보다 많은 차량 구매자에게서 분담금을 걷어 친환경차를 사는 사람에게 보조금으로 주는 방식이다.
업계가 ‘분담금’에 거세게 반발하자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일본식 하이브리드 보조금 제도다. 일본은 2009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해당 차종의 시장 점유율을 2012년 19.0%까지 높였다.
일본에서 하이브리드 보조금 제도는 두 차례 실시됐다. 1차 보조금은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대당 30만엔이 지급됐다. 파격적인 액수에 2008년까지 3%를 넘지 못했던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제도 시행 첫해인 2009년 11.8%로 급증했다. 2차 보조금(대당 10만엔)은 동일본 대지진 9개월여 뒤인 2011년 12월부터 1년 동안 지급됐다. 이때는 자동차 산업을 부양해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 결과 2011년과 2012년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이 각각 18.8%, 19.0%까지 늘었다. 보조금이 중단된 지난해에도 17.7%를 기록했다.
정부는 일본에서의 성공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0일 “내년 하이브리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현재 시판 중인 준중형과 소형 하이브리드 8종이라고 밝혔으나 추후라도 탄소배출량이 100g/㎞ 이하인 조건을 충족시키는 차가 출시되면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하이브리드 차량이 있느냐다. 일본에서는 하이브리드 대명사인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그러나 국내에선 프리우스 같은 유망주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00만원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자동차의 K5 하이브리드는 최근 그랜저·K7 하이브리드 출시 이후 판매가 줄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일본과 같은 하이브리드 급증 현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원 보조금이 충분한지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이브리드는 국내에서 이미 최대 270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고 있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현대차는 연말 출시될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가 출시되면 내년에는 하이브리드 판매가 가장 많았던 2012년의 2만9000여대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기획] 승용차, 하이브리드 시대 오나… 정부, 친환경차 정책 선회
입력 2014-09-11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