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란다 원칙 고지 소홀 간첩사건 잇단 무죄 불러

입력 2014-09-11 03:05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사건에서 ‘미란다 원칙’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점이 또다시 무죄의 이유가 됐다. 유우성씨 사건에 이어 간첩사건에서 잇달아 미란다 원칙 고지가 논란이 되면서 검찰이 형사소송법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검찰은 법원이 사소한 흠결을 트집 잡아 무죄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반드시 피의자의 권리를 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①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②진술 거부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③진술 거부를 포기하고 행한 진술은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고 ④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4가지 항목이 고지 대상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지난 5일 직파간첩 혐의로 기소된 홍모(41)씨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권리를 제대로 고지 받지 못했다고 봤다. ② ③항에 대해서는 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고, ① ④항도 불충분하게 고지했다는 것이다. 앞서 간첩 혐의로 기소돼 무죄가 선고됐던 유우성씨 사건에서도 법원은 핵심 증거였던 유씨 여동생의 진술에 대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사 전에 핵심적인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고, 홍씨가 국가정보원 합동신문센터에서 조사 받으며 자신의 권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술거부권 고지는 자신의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모른 채 진술하는 상황을 예방하자는 취지이지, 검사가 앵무새처럼 읽어주라고 있는 게 아니다”며 “사소한 흠결로 전체 진술의 증거 능력까지 부정한 형식적 절차에 얽매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법원은 절차적 흠결을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절차적 흠결에 대해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면 해당 규정의 규범력이 약해질 뿐 아니라 실무상 혼란이 가중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탈북자 신분으로 한국의 법체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장기간 조사받은 홍씨는 더욱 실질적 권리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