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에도 우울한 소식들은 꼬리를 물고 찾아왔다. 출산율이 급속히 하락하면서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공교육비 민간 부담률이 2.8%로 OECD 평균(0.9%)의 3배를 초과하고, 민간이 부담하는 고등교육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1.9%로 OECD 평균(0.5%)의 4배에 가깝다는 통계도 나왔다. 사교육비 부담이 너무 커서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고령화에 가속페달을 밟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산업연구원이 OECD 34개 회원국의 인구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은 12.2%로 30위에 머물렀지만 증가 속도는 1위를 기록했다. 각국의 고령인구 비중을 1970년을 1로 설정하고 2013년까지 몇 배로 증가했는지 비교했을 때 한국이 4.0배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 1.6배와 비교해 봤을 때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일본이 3.6배로 2위를 차지했고 핀란드(2.1배), 포르투갈·이탈리아(2.0배), 체코·캐나다·스페인(1.9배) 등이 뒤를 이었다.
고령인구 비중이 급속히 높아진다는 것은 생산가능인구의 세금 및 사회복지비용 부담이 그만큼 빨리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도한 고령화는 경제에서 활력을 앗아가고, 성장잠재력을 낮추는 것은 물론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 사회통합을 저해한다. 각국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고령화 억제가 국가경제의 성패, 나아가 국가의 존립이 달려 있을 만큼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주로 보육비 지원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제는 민간부담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과감하게 줄이는 정책도 동원할 때다. OECD가 3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4.9%로 OECD 평균(5.3%)보다 0.4% 포인트 낮았다. 공교육비 총액 중 정부 부담 비율은 62.8%로 OECD 평균 83.9%에 한참 못 미쳤다. 특히 한국은 대학교 이상 고등교육비의 27.0%만을 정부가 부담했지만 OECD 회원국은 평균 69.2%를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부족하고, 가계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여야 의원들이 추석 연휴를 보내고 여의도로 복귀하고 있다. 몸은 돌아왔지만 꽉 막힌 세월호 정국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민생국회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평생 번 돈을 자식 교육비로 다 쏟아 붓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노후를 보내는 고령인구와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를 정치권은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사설] 비싼 교육비와 빠른 고령화 소홀히 다뤄선 안 돼
입력 2014-09-11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