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독립땐 파운드화 사용 말라”… 영국, 독립투표 앞두고 압박

입력 2014-09-11 04:59
오는 18일 치러지는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찬성 여론이 앞서자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 공유는 꿈도 꾸지 말라며 영국이 압박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비롯한 여야 지도부는 스코틀랜드로 직접 가서 독립 반대 유세를 펼쳤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를 쓸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니 총재는 리버풀의 영국 노조총연맹(TUC) 총회에 참석해 의회 내 3대 정당이 모두 독립 스코틀랜드와 영국 사이의 파운드화 공유를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통화동맹이 성공하려면 자유로운 상품과 서비스 이동이 보장돼야 하고 동일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며 "재정도 공유돼야 하는데 통화동맹과 (독립국가의) 주권 사이에는 맞지 않는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출신으로 첫 영란은행 총재인 그는 지난 1월 스코틀랜드 독립과 관련해 파운드화 공유는 양측 의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가 입장을 바꾼 것은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강행하면 파운드화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며칠 내로 더 많은 자치권과 조세권, 예산집행권, 복지 지출 등을 스코틀랜드에 넘기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달래기도 했다. 가디언은 캐머런 총리를 비롯한 닉 클레그 자민당 대표 겸 부총리,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대표 등이 각각 스코틀랜드에서 독립 반대 유세를 가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독립 찬성이 51%, 반대가 49%로 나왔다. 많게는 22% 포인트 이상 독립 반대가 앞섰던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독립 투표를 주도하고 있는 민족주의 성향의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영국에서 독립해도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지난주에만 2% 이상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엄정중립 입장을 밝혔다. 분리독립 지지율 상승으로 막판 투표전 판세가 혼미해지면서 정치권의 찬반 운동진영에서 여왕의 지지를 등에 업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경고한 것이다. BBC 등에 따르면 여왕은 대변인을 통해 "왕실의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은 영국 민주주의의 원칙이자 재임기간에 실천해온 신념"이라고 밝혔다. 분리독립 운동을 이끄는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전날 "스코틀랜드인들이 여왕을 군주로서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여왕도 독립한 스코틀랜드의 군주가 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해 왕실을 자극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