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방형’ 고위공무원 임용이 ‘폐쇄형’이라니

입력 2014-09-11 03:10
고위공무원 개방형 직위가 개방형이 아니라 폐쇄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들 직위의 60%가 해당 부처 출신이나 현직 공무원으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고위공무원 개방형 임용은 공무원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높일 목적으로 민간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제도다. 이러한 상황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안전행정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자. 지난해 말 기준 개방형 직위 166곳 가운데 100곳은 해당 부처 출신과 현직 공무원 차지였다. 다른 부처 출신이 임용된 사례는 23곳, 민간인이 선발된 경우는 31곳이었다. 통일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청 등은 개방형 직위 모두에 자기 부처 출신이 앉도록 했다.

이런 과정에서 고위공무원 적격심사제도도 엉터리로 운영됐다. 2011년 8월부터 도입된 이 제도에 의해 심사를 받은 461명 중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부적격 기준만 벗어나면 문제가 안 된다’는 식으로 느슨하게 제도를 운영한 탓이다. 고위공무원의 직무 성과와 능력을 평가해 미달자를 퇴출시키겠다는 취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 팽배한 온정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이다.

공무원 사회에는 “우리보다 나은 전문가가 어디 있느냐”며 개방형 임용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일부 직위의 경우 외부 전문가 부족이나 처우 등 문제로 민간인을 뽑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끼리’ 의식은 시대착오적이다.

진정 공무원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무원식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면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난 7월 개방형 직위 공무원 선발을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내놓긴 했다. 이에 더해 공직사회의 폐쇄성을 깨는 특단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관피아’ 척결을 약속했던 게 무색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