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통하는 ‘대통령 비자금 관리자’… 12억 뜯어내

입력 2014-09-11 03:08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사업가들에게 비밀 권력기관 관계자라고 속여 거액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모(55)씨를 구속하고 류모(50)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비선 권력기관 총재’ 등을 사칭하며 사업가 3명에게 93차례 12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위조된 5000억엔 채권과 금괴 증서 등을 보여주며 “채권 처리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박씨는 자신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비자금을 관리해 왔다”며 “IMF(국제통화기금) 등 세계 금융기구보다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속였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5000유로권과 1만유로권을 컬러복사기로 위조해 보여주면서 “내년부터 발행되는 화폐인데 극소수만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홍콩 은행의 300억 달러 예금잔액증명서를 만들어 다른 범행을 준비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이 머물던 서울 강남의 호텔 객실에서는 252조원대 위조 채권과 위조 화폐, 위조 거래계약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공범 임모(48)씨 등 2명을 수배하는 한편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