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미경 (1) 가난한 참전용사의 딸 검사에서 국회의원으로

입력 2014-09-11 03:07 수정 2014-09-11 10:09
서울 산동네 가난한 퇴역 군인의 딸이었던 정미경 의원. “설명할 수 없는 은사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내게 물었다. “어떻게 공천을 받았나요?”

어떤 ‘줄’로 국회의원이 된 것이냐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로 답을 한다. 하나님을 아는 분께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대답하고, 하나님을 모르시는 분께는 운명이라고 대답한다. 사실 설명할 더 이상의 말이 없다. 나를 정치로 이끄신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가난했던 월남 참전용사의 딸인 나는 아버지를 위해서 고시공부를 했고 검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토록 원했던 검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 터졌다. 여성들을 위한 책을 한 권 썼는데 그 책의 내용 한 부분이 정치적으로 읽혀지는 바람에 고민 끝에 사표를 냈다.

그리고 세상 말로 우연히, 국회의원이 되었다. 검사시절 도움을 드렸던 분이 검사를 그만둔 나를 찾아와 국회의원하라며 사람을 소개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다. 그분 소개로 진짜 유력정치인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살았던 경기도 수원 권선구에 공천신청을 했다. 이미 권선구에는 10명 정도의 후보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경쟁은 치열했다. 후보들을 압축하면서 마지막에 2명이 남았다. 나와 다른 남성 한 분을 여론조사로 정하는 것이었다. 그 남성 후보는 이미 수원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다. 해보나 마나일 것 같았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내가 그 남성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이겨 공천을 받게 된 것이다. 나는 정말 놀랐다. 도대체 주민들이 ‘검사 정미경’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고 속으로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나를 제외한 예비후보 10여명 중 여성이 한명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예비후보 1번으로 제일 먼저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명함도 가장 많이 뿌렸다. 그렇게 열심히 한 그녀는 최종후보에 아깝게 떨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나와 이름이 같은 ‘미경’이었다. 미경이라는 이름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그녀 덕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나타나기 전에 그녀가 내 대신 선거운동을 해준 격이었다.

만세전에 하나님은 우리를 위한 계획을 세우신다는 성경말씀을 고백하는 순간이었다. 그 증거가 선거운동 현장에서 드러났다. 공천 받고 선거운동을 하러 나갔을 때,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내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이고, 후보님 지난겨울에 딸 데리고 오셔서 그렇게 고생하시더니 공천 받아서 다행이네요” 나는 속으로 아들만 둘인데 하면서 온 몸으로 전율을 느꼈다.

늘 내가 후렴구처럼 되뇌는 말이 있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신다. 그래서 기도해야 한다. 우리를 영광의 도구로 써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게 이렇게 좋으신 하나님을 가르쳐주신 분은 어머니다. 어릴 때는 당연히 나는 모태신앙인줄 알았었다. 어머니는 잠자리에서 늘 기도하고 찬송을 부르셨다. 늘 똑같은 기도와 늘 똑같은 찬송가를 불러주셨다. 어머니는 나를 지켜줄 수 없노라고, 그래서 하나님께 나를 지켜달라고 기도하신다고 했다. 어렸던 나는 속으로 ‘그냥 엄마가 지켜준다고 하면 되지 왜 저렇게 자기는 지키지 못한다고 하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 이유를 스무 살 무렵에 알게 됐다. 나를 낳아주신 친어머니는 내가 기억할 수도 없는 나이에 내 동생을 낳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내를 잃고 힘겹게 지내시다 친구의 여동생과 재혼했다. 그분이 지금의 어머니이다.

충남 논산 시골교회 장로님의 따님이었던 어머니는 그렇게 내 어머니가 되었고, 내게 하나님을 가르쳐주셨다. 아버지는 내 곁을 떠나셨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나와 같이 살면서 나와 내 아이들까지 돌봐주신다.

정리=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약력=1965년생. 고려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 여성 검사로 활약했다. 2008년 18대 국회의원(수원 권선)에 당선됐다. 19대에 무소속 출마해 탈락했으나 지난 7월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