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위암 2기 판정을 받은 60대 박명수(가명)씨는 8개월 전부터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꾸고,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 섭취도 늘렸다고 한다. 하지만 검진 결과 박씨의 상태는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항암치료를 견뎌낼 체력이 바닥난 것. 더욱이 몸에 좋다고 먹은 비타민C가 항암치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료진으로부터 알게 된 뒤 박씨는 이마저도 복용을 임의로 중단했다.
대다수의 암환자들은 암의 호전을 위해 식단을 조절한다. 하지만 박씨처럼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식습관을 고친다며 잘못된 식이요법을 택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타민 등 건강식품을 맹신하고 과량으로 복용하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병용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비타민과 미네랄은 우리 몸의 기능을 유지시키므로 적당량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가 비타민C 등을 과량으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C나 E, A 등은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 교수는 “미국의 한 학회지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보통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비타민 C나 E 등의 과량복용이 치료효과를 더디게 하므로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것을 복용할 때는 의사와 복용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상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암 치료 과정 중에 환자들은 고통이 수반되는 항암치료를 견디기 위해 육식, 채식 가릴 것 없이 되도록 잘 먹어야 한다. 특히 그는 단백질을 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생선이나, 저지방 치즈, 콩류, 육류 등 좋은 단백질원은 우리의 면역기능을 유지시켜 주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로 손상된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방을 섭취할 때는 불포화지방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으며,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피해야 한다. 또한 탄수화물은 가공된 밀가루보다는 곡류나 통밀이 좋다고 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단 음식은 미네랄 등이 적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심 교수의 설명처럼 암환자는 무조건 잘 먹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항암제와 암세포 독성으로 힘들어하는 암환자는 메스꺼움, 속쓰림, 구토 등의 증상으로 음식 섭취가 쉽지 않다. 실제 미국에서 나온 한 보고에 따르면 암환자의 63%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였는데 그중 소화와 관련이 깊은 위암과 췌장암 환자의 경우 무려 83%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20% 이상은 사망 원인이 영양 부족일 정도다. 하지만 암환자에게 음식을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에 따라 영양 결핍에 시달리는 암환자가 식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개선제도 있다.
심 교수는 “암 환자가 잘 먹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잘 먹어야 기분도 좋아지고 활력과 에너지를 유지하게 된다”며 “결국 잘 먹어야 암치료에 의한 부작용도 줄고 병을 빨리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암 환자는 육식·채식 가릴 것 없이 잘 먹어야 한다”
입력 2014-09-16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