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는 직원들을 위해 각각 도서관을 운영한다. 경영 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먼저 없애기 쉬운 분야가 도서시설이지만 국민은행은 1969년 개관 이래 꾸준히 도서관을 운영해오고 있다. 2011년 분사한 국민카드도 지난 7월 말 ‘규장각’이란 이름으로 사내 도서관 문을 열었다.
국민은행 도서실의 정식 명칭은 ‘정보자료실(information resource center)’이다. 서울 여의도 본점에 120여평, 명동에도 50여평의 도서관이 있는데 핵심은 물리적인 도서관 시설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모든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전자도서관 활성화가 목표다. 정보자료실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도서관 활성화는 ‘1인 1스마트폰 시대’가 된 요즘 시대뿐만 아니라 전국 영업점으로 직원들이 흩어져 있는 국민은행 상황에도 적절한 방향이다.
자료실 운영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서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이 자료를 관리하고 있는 데다 전자도서관 시스템은 웬만한 대학도서관 수준이다. 전자책 대여뿐 아니라 국내외 논문, 학술지까지 관련 기관과 협정을 맺어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자료도 검색해볼 수 있다. 대학원에 다니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구비된 전자책은 1084종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인기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여행서 등 수요가 많은 분야의 책이 많아 직원들의 이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전자도서관을 통해 제공되는 ‘데이터 뉴스 통계’ 역시 영업점 직원들이 유용하게 쓰고 있는 자료다. 리서치 업체에서 내놓은 통계자료들을 모아둬 고객을 응대할 때나 업무에 필요한 경우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의 독서 진작을 위해 업체와 계약을 맺고 도서요약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매주 신간 내용을 정리한 자료를 제공해 읽을 책을 선택할 때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은행 차원에선 매주 1회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소개하는 ‘북리뷰’를 2005년부터 발행해오고 있다. 현재 트렌드뿐 아니라 은행 분위기에 맞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시기엔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해 소개한다.
전략기획부 김현정 계장은 “북리뷰가 나가면 해당 도서의 대출 신청이나 희망도서 신청 등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귀띔했다. 또 “국민은행 정보자료실이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새로 도서관을 만들려는 다른 기관에서 참고하기 위해 찾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민카드는 사내 도서관 ‘규장각’을 운영하고 있다. 규장각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희귀 도서나 역대 국왕의 시문 등을 보관하던 조선왕실의 도서관 명칭에서 따왔다. 사내 도서관을 통해 임직원들이 인문학 소양을 기르고, 다양한 분야의 것을 한데 묶어 내는 통섭을 통해 새로운 업무 아이디어 발굴에 힘써주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규장각은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왠지 모를 칙칙한 분위기 대신 책 읽기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졌다. 나무 책장이 즐비한 고전적 서가 대신 북카페 형태의 모던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하얀색 책장을 놓았고, 언제든 편히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소파와 책받침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도서관을 찾는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8월 한 달간 460여명의 직원이 700권 넘는 책을 빌려갔다. 마케팅기획부 신동환 대리는 “도서관이 깔끔해서 지나다가 자주 들르다 보니 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서점에서 본 다양한 분야의 신간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개관 초기라 장서는 3200여권으로 아직 부족하지만 월 200여권씩 각 분야 베스트셀러와 직원들 신청 도서를 받아 구매하면서 장서를 늘려가고 있다. 이런 부족한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국민카드 직원 간의 ‘북 셰어링(Book Sharing)’ 시스템이다. 읽고 싶은데 규장각에 없는 도서가 있거나 다른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개인보유 도서가 있을 경우 해당 시스템에 글을 올려 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강제성 없이 도서 대여와 반납 모두 직원이 주체가 돼 자율적으로 진행됨에도 책 나눔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국민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주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KB국민은행·KB국민카드] 대학교 수준 전자도서관 구축… 자기계발 뒷받침
입력 2014-09-11 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