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힘 빼고 색깔 살리고… 가을 남자, 부드러워진다

입력 2014-09-11 03:08
올가을 남성복 브랜드들이 선보인 정장 재킷은 어깨 패드를 얇게 넣어 한결 부드러운 모양새다.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해 몸에 딱 맞으면서도 착용감이 편하다. 로가디스(왼쪽), 타운젠트(가운데), 지이크 파렌하이트 제공.

올가을 남성들이 부드러워진다. 각진 어깨의 검정 슈트를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짓는 남성은 이제 잊어라.

남성복 브랜드 ‘빨질레리’의 이지영 디자인 책임은 “이번 시즌의 키워드는 ‘소프트’다. 부드럽지만 차별화된 외관과 가볍고 편안함을 주는 상품이 구매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10일 말했다.

빨질레리는 따뜻해 보이지만 가벼운 착용감의 슈트 재킷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기존 남성복에서 보이던 각 잡힌 라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드럽게 떨어지는 어깨가 주목된다. 어깨 패드와 심지를 얇게 하면서 가벼운 부자재를 활용해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강조했다. 어깨 패드를 3∼4개까지 넣었던 예년과는 달리 올가을 재킷에는 1개 정도만 넣어 형태는 잡아주고 어깨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했다.

제일모직 ‘갤럭시’의 슈트 재킷도 부자재를 줄여 어깨의 부담을 줄이고 무게를 낮췄을 뿐 아니라 라이크라내추럴 스트레치 등의 소재를 활용해 활동성을 높였다.

색상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LF ‘질스튜어트뉴욕’의 이창희 디자인 실장은 “올가을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중간적인 뉘앙스를 지닌 색상들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차콜 그레이(짙은 회색)가 블랙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가을 색인 갈색도 더욱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짙은 녹색과 파란색, 와인색이 포인트 컬러로 활용돼 멋을 더한다.

소재와 패턴도 달라졌다. 남성복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저지 원단이나 동물무늬 등이 등장했다. 코오롱 ‘커스텀멜로우’의 손형오 디자인 실장은 “캐주얼과 스포티즘 영향으로 저지 소재가 남성복의 점퍼나 팬츠 등에 활용되고, 스트레치성이 뛰어난 소재를 사용해 편한 착용감과 활동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린트와 패턴은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 디자인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표현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모피나 애니멀 패턴 등 기존 남성복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와 격식 파괴를 담은 아이템들이 많이 나온다.

여름에 캐주얼의 편안함과 멋을 즐긴 남성들은 가을에도 캐주얼로 스타일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신원 ‘반하트 디 알바자’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정두영 디자이너는 “올가을 남성들의 패션은 도시적 감성으로 표현되는 세련미가 특징”이라면서 스타디움 점퍼, 트렌치코트, 저지 재킷, 데님 소재의 캐주얼 셔츠를 올가을 꼭 준비해야 할 품목으로 들었다.

스타디움 점퍼는 어떤 스타일에 걸쳐도 단번에 멋진 패션 스타일로 완성시켜주는 멀티 아이템이어서 활용도가 높다. 신축성이 좋은 저지 소재 재킷은 착용감이 편할 뿐만 아니라 캐주얼은 물론 비즈니스 룩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체크무늬 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으면 이탈리안 스타일의 비즈니스 캐주얼 룩이 완성된다. 개성 있는 차림을 즐기고 싶다면 재킷 속에 단색 셔츠 대신 색감 있는 데님셔츠를 입어보라.

남성복과 여성복이 소재나 스타일에서 서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최근 경향이 액세서리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디자인이나 색상만으로는 남성용인지 여성용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남성가방은 가죽 소재의 클래식한 토트백, 수행원 스타일의 서류 가방 등 클래식한 제품들이 신제품으로 나와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을 맞아 커다란 빅백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신발은 젊고 현대적인 느낌의 스니커즈나 편리하고 실용적인 로퍼 스타일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