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무늬만 특정활동 비자 E7 불법체류 도구로 전락

입력 2014-09-06 03:28

외국인 전문인력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특정활동비자(E7)가 불법체류자 양산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일단 외국인이 입국하고 나면 이후 행적을 추적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E7 비자로 들어온 중국인들이 당초 약속한 전문직종이 아닌 다른 일자리로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틈타 불법체류 알선 브로커까지 판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E7 등록 외국인 1만7683명 중 불법체류자는 3196명(18.1%)에 달했다. E7은 중식 조리사, 여행상품 개발자, 통신공학 기술자 등 83개 전문직종에서 일할 외국인 고용을 위해 만든 비자다. 그런데 이 비자로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 절반이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계속 늘면서 중식 조리사 수요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E7 비자 체류자 1만8213명 중 9723명이 중국인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많은 수가 불법체류자가 된다는 것이다. E7을 통해 국내 전문직종에 취업한 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다른 일자리가 생기면 도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유모(59)씨의 식당에서는 최근 3년 사이 중국인 직원 4명이 일을 하다 잠적했다.

방문취업비자(H2)나 비전문취업비자(E9)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업주와 취업자를 이어주고 사후 관리도 해준다. 그러나 E7의 경우 이 같은 ‘중간관리자’가 없다. 법무부 출입국사무소가 해당 외국인의 출입국 기록을 관리하는 게 전부다. 입국 이후의 행적을 추적할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음지에서 브로커들까지 활동하고 있다.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중국인을 포섭한 뒤 중국인을 고용하려는 한국 중식당 업주에게 접촉해 “좋은 중식 조리사가 있다”며 구직을 알선하는 식이다. 지난달에는 위조한 중국 조리사 자격증으로 E7 비자를 발급받은 중국인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H2나 E9은 필요한 인력을 정부기관에 신청해 연결 받는 절차가 있지만 E7은 중간 창구가 없어 브로커를 통할 수밖에 없다”며 “E7 비자가 오로지 한국에 들어오기 위한 수단으로만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E7 자격자 중 조리사의 불법체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이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